둘째가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물었다. "아빠, 나무에서 눈이 내려요?"
4월의 타이중은 섭씨 24도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치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근 듯 적당한 온도. 거리에는 오동나무 꽃잎이 하얀 함박눈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것을 정말 눈이라고 믿는 아이의 눈망울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였다. 정답을 알려주려다 입을 다물었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이 찰나의 풍경이 눈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그 순수한 오해가 여행의 색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가족 여행은 언제나 계획이라는 이름의 지도 밖으로 탈주한다. 첫째는 다리가 아프다며 길 한복판에서 투정을 부렸고, 둘째는 보도블록 틈새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의 낮은 숨소리에 정신을 팔았다. 캐리어 바퀴가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걸릴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인 박자처럼 울려 퍼졌다. 그 소란스러운 소음과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모두 끌어안고 도착한 곳이 바로 Tai Zhong Ai Lian Lv Dian taichung amour hotel였다.
로비에 들어서자 은은하고 따뜻한 호박색 조명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체크인 기계의 매끄럽고 차가운 표면이 손끝에 닿았을 때, 잠시 조작법을 몰라 헤매던 우리 곁으로 긴 머리의 직원분이 다가왔다. 과한 친절은 아니었지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 적당한 거리감. 그 배려 섞인 온기가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호텔 내에 마련된 휴식처 같은 레스토랑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커피 향이 마음을 한층 더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방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뛰어들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아이들의 가벼운 무게를 그대로 받아내며 기분 좋게 출렁였다. 나 역시 그 옆에 가만히 몸을 뉘었다. 천장에 그려진 단순한 무늬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아무런 의미 없는 선들의 집합이었지만, 그 무의미함이 주는 안도감이 역설적으로 나를 편안하게 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4월의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무선 인터넷의 신호만큼이나 안정적인 고요함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샤워기를 틀자 묵직하고 강한 수압의 물줄기가 쏟아졌다. 마카롱 공원을 걷느라 신발과 옷가지에 묻어온 도시의 먼지들이 하얀 거품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뜨거운 물이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목덜미에 닿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의 줄이 툭 하고 풀렸다. 가족 여행이라는 이름의 기분 좋은 피로는 그렇게 뜨거운 물줄기를 타고 배수구 너머로 사라졌다.
우리는 대단한 명소를 정복하지 않았고, 거창한 체험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함께 걷고, 적당히 먹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피부에 닿는 적당한 온도, 그리고 갓 세탁한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여행이 된다. 다시 이 계절에, 이 공간으로 돌아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봄날의 조각들, 우리가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 하얀 오동나무 꽃잎: 솜털처럼 가볍고 서늘한 촉감, 공중에 흩날리는 눈 같은 풍경. 첫째의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은 것을 둘째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 체크인 기계의 화면: 손가락 끝에 닿는 차갑고 매끄러운 질감, 낯선 언어가 주는 막막함. 기계 조작에 서툰 아빠가 가장 먼저 당황하며 만졌다.
-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 갓 세탁한 면의 포근한 냄새와 몸을 감싸는 묵직한 안락함. 침대에 가장 먼저 다이빙한 첫째가 그 촉감을 좋아했다.
- 강한 수압의 물줄기: 피부를 때리는 짜릿한 온도와 묵직하게 쏟아지는 물소리. 하루 종일 걷느라 지친 엄마가 가장 먼저 감탄하며 긴장을 풀었다.
- 편의점의 차가운 푸딩: 혀끝에 닿는 달콤하고 말랑한 감촉, 밤의 정적을 깨는 작은 설렘. 밤 11시, 모두가 잠든 줄 알았을 때 둘째가 몰래 꺼냈다.
- 타이중 식물원 산책 후 Tai Zhong Ai Lian Lv Dian taichung amour hotel의 포근한 침대에서 낮잠을 청해보세요.
- 로비의 체크인 기계가 낯설 때는 친절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빠르게 입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