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닿은 찰나의 진동
터치식 전원 스위치. 매끄럽고 차가운 무광 플라스틱의 질감. 손가락이 닿는 순간 전해지는 아주 짧고 미세한 진동과 '툭' 하는 낮은 기계음. 벽면 하단에 낮게 자리 잡아 허리를 조금 숙여야만 닿을 수 있는 위치. 누르는 압력이 아니라, 피부의 온기가 살짝 스치듯 닿아야만 반응하는 예민한 조작법. 그 작은 사각형의 면적 위에 우리의 서툰 손길이 겹쳐지던 순간의 온도.
서툰 손길이 맞닿은 어둠
"이거 어떻게 끄는 거야?"
그가 스위치를 꾹 눌렀지만 불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다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톡 건드렸다. 그러자 방 안의 조명이 한꺼번에 숨을 죽였다.
"아, 그냥 닿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응, 너무 힘주면 안 돼. 살짝만."
그는 멋쩍은 듯 웃었고, 우리는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잠시 침묵했다. 서로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가깝게 들려왔다.
적당한 거리라는 이름의 다정함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가끔 그 스위치가 생각난다. Tai Bei Ji Xian Shang Lv에 머물렀던 2월의 신베이는 끈적한 습기를 머금은 추위가 계속되었다. 서후이중학역에서 내려 호텔로 걷는 길, 젖은 아스팔트의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묘하게 상쾌했다. 호텔의 층마다 다른 테마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우리가 묵었던 '글래스 컬러드' 층은 이름처럼 빛이 굴절되어 벽면에 몽환적인 색감이 머물렀다. 과하지 않은 파스텔 톤의 색들이 섞여 있는 그 복도를 걸을 때,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발을 맞췄다.
아침마다 제공된 무료 조식에서 맛본 토마토와 매실 절임의 새콤달콤한 조화는 잠든 감각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침대의 안락함이었다.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좋았다.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바깥의 습한 공기가 완전히 차단된 쾌적한 온도가 온몸을 포근하게 감쌌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굳이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아도 좋았고, 그냥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을 달성한 기분이었다.
잠시 외출해 방문한 용련사 근처의 시장통은 삶의 활기가 넘쳤다. 그곳의 명물이라는 절단면을 한 그릇 주문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면발을 후후 불어 입에 넣었을 때, 쫄깃한 식감과 진한 국물 맛이 혀끝에 닿았다. 쌀쌀한 겨울바람에 얼어붙었던 몸이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필요 없었다. 그저 따뜻하고 충분한 만족감이었다.
밤에는 신베이 대도시 공원으로 향했다. 2월의 등불 축제는 도시 전체를 은은한 색조로 물들이고 있었다. 수많은 등불이 뿜어내는 빛들이 젖은 길바닥에 반사되어 일렁였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차가운 밤공기, 그리고 그 속에서 맞잡은 손의 온기. 우리는 거창한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화려한 등불보다 더 좋았던 것은,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의 일정한 보폭이었다.
다시 Tai Bei Ji Xian Shang Lv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반짝이는 샤워헤드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어깨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시간. 욕실의 타일 온도가 발바닥에 닿을 때 느껴지는 그 안도감이 좋았다. 우리는 다시 그 터치 스위치 앞에 섰다. 이번에는 그가 아주 가볍게, 조심스럽게 불을 껐다. 너무 세게 누르면 반응하지 않는 스위치처럼, 우리 사이에도 적당한 힘 조절과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스위치에 닿자 방 안은 다시 아늑한 어둠이 되었다.
- 용련사 시장에서 쫄깃한 절단면 한 그릇을 꼭 맛보시길 권합니다.
- 2월의 신베이 등불 축제는 밤공기가 차가우니 두툼한 외투를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