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다섯 가지의 찰나들
붉은 깃발의 소음 끝에 만난 정적. 228 연휴의 마조 순례 행렬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시야를 가득 채운 붉은 깃발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 냄새가 공기 중에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그러다 Bai Jin Hua Yuan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세상의 볼륨이 갑자기 줄어든 것 같은 기묘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높고 넓은 천장과 묵직한 석재 벽면이 외부의 소란을 한 번에 걸러내 주었고, 차가운 돌 벽에 손을 대자 전해지는 서늘한 온도가 달아오른 마음을 차분하게 식혀주었다.
캐리어 바퀴 소리가 사라지는 카펫의 깊이. 디럭스 트윈 룸의 문을 열자마자 우리가 한 일은 짐을 푸는 것이 아니라,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로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이 생각보다 두툼해 걸음마다 소리가 푹신하게 먹혀 들어갔고, 그 촉감은 마치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우리만의 작은 섬에 도착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방이 꽤 넓어 친구 셋이 각자의 영역을 표시하며 짐을 늘어놓아도 서로 부딪히지 않았고, 누군가 "여기서 그냥 살까?"라고 중얼거렸을 때 우리 모두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에서 터지는 해파리의 아삭함. 조식 뷔페에서 만난 해파리 냉채는 이번 여행이 준 뜻밖의 미식적 수확이었다. 투명하고 탱글탱글한 해파리가 씹힐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고, 적당한 산미의 식초 소스가 3월의 눅눅한 공기를 한 번에 씻어내 주는 기분이었다. 친구 하나가 "이걸 누가 다 먹어?"라고 툴툴거리면서도 어느새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있는 모습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단순한 전채 요리였지만, 그 선명한 식감은 여행의 기억 속에 아주 구체적인 점 하나를 찍어주었다.
입고 벗기를 반복한 가디건의 망설임. 3월의 신베이는 다정하면서도 변덕스러웠다. 기온은 19도였지만 습도가 높아 옷을 입어야 할지 벗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묘한 리듬이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쌀쌀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고, 조금만 걷다 보면 다시 옅은 땀이 배어 나오는 그런 날씨였다. 길가에 하얗게 핀 통화꽃이 마치 내리는 눈처럼 보였지만, 정작 우리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내일 입을 옷을 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그 쓸모없는 고민들이 오히려 우리가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침대 끝에서 발견한 완벽한 무용함. 여행의 목적이 탐험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Bai Jin Hua Yuan Jiu Dian의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무력해지는 것이었다. 천장의 무늬를 세고, 아무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몇 시간을 보냈는데,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생산적인 일보다 가치 있게 느껴졌다. 창밖에는 여전히 봄비가 잔잔한 타악기 소리를 내며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젖은 신발을 현관에 던져둔 채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비로소 이번 여행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풍경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마음 맞는 이들과 낯선 곳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을 뿐이다. 소란스러운 축제의 열기와 호텔 방의 서늘한 정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넓은 방에서 서로의 잠꼬대를 듣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삶이 꼭 특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편안하고, 적당히 지루하며, 적당히 즐거우면 그만이다. 우리는 그 무용한 시간들을 통해 서로가 꽤 괜찮은 동행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젖은 운동화가 보송하게 말라가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228 연휴처럼 붐비는 시기에는 호텔의 무료 셔틀 서비스를 미리 예약해 이동 시간을 아끼세요.
- 넓은 디럭스 룸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완벽한 게으름을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