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을 깨우는 노란 산미의 기억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Bai Jin Hua Yuan Jiu Dian의 가든 카페였다. 주문한 레몬 타르트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밝은 노란색의 커드가 듬뿍 올라간 타르트는 마치 4월의 햇살을 한 조각 떼어 옮겨놓은 듯했다. 포크로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은 순간, 날카로운 산미가 혀의 양옆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시큼함이 잠시 머물다 이내 바닥에 깔린 타르트지의 고소한 버터 향과 섞이며 뭉근한 단맛으로 변해갔다. 함께 주문한 따뜻한 얼그레이 티를 한 모금 마시자, 베르가모트의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안경알에 얇게 서렸고, 그 흐릿한 막 너머로 당신의 얼굴이 몽환적으로 보였다. 4월의 신뎬은 공기가 눅눅했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산미와 따뜻한 찻물의 온도 차이가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타르트의 바삭한 과자 부분이 씹히는 경쾌한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재즈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 '이 정도면 충분해.'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같은 맛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시작은 꽤 근사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린넨의 서늘함과 금빛 정적이 머무는 방
카페에서의 여운을 안고 들어선 디럭스 룸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정돈된 정적이었다. 방 안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지만, 현대적인 세련미가 깃든 가구들이 적당한 무게감을 잡고 있었다. 창가에 드리워진 얇은 시폰 커튼 사이로 스며든 4월의 햇살은 잘게 부서진 금가루처럼 공중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 빛은 바닥의 짙은 카펫 위에 길게 늘어져 아늑한 길을 만들었다. 신발을 벗고 카펫 위를 천천히 걸었다. 발등을 부드럽게 감싸는 도톰한 촉감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소리를 집어삼키는 두툼한 바닥재 덕분에 우리의 발소리는 지워졌고, 오직 서로의 숨소리만이 선명해졌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에서 갓 세탁한 린넨의 청량한 냄새가 났다. 피부에 닿는 면의 서늘함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듯 기분 좋게 느껴졌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자니, 창밖으로는 신뎬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Bai Jin Hua Yuan Jiu Dian은 수많은 이들이 영원을 약속하는 결혼식의 설렘으로 가득 찬 곳이라지만, 정작 방 안의 우리는 가장 무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마음속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조명 스위치를 끄자 방 안은 금세 차분한 그림자로 덮였다. 어둠이 깊어지기 전의 그 짧은 푸른 시간이 방 안의 공기를 더욱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서투른 웃음이 메운 마음의 빈틈
저녁 무렵, 우리는 작은 과일 접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서 당신이 포크로 멜론 한 조각을 집어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러다 손이 미끄러졌는지, 노란 과일 조각이 테이블 위로 툭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우리는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 멜론 조각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고, 나는 그 멍한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은 실수 하나가 우리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보이지 않는 긴장을 단숨에 걷어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멋진 모습만을 보이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굳이 근사한 수식어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떨어진 과일 조각을 함께 치우고, 남은 조각을 나누어 먹으며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호텔 로비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의 영원을 약속하며 찬란한 빛 속에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사소하고 서투른 웃음에 더 깊은 만족을 느꼈다. 서로의 호흡이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는 각자의 리듬을 조금씩 맞춰가고 있었다.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온도가 있었다. 그 온도가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비슷하게 서투르고 비슷하게 평온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것이다.
창밖의 벚꽃 잎 하나가 유리창에 가만히 달라붙어 있었다.
- 가든 카페의 레몬 타르트와 따뜻한 얼그레이 티의 조합을 추천한다.
-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 서비스를 이용해 신뎬의 고요한 거리와 4월의 공기를 만끽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