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로비 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빗물을 멍하니 구경했다. 젖은 운동화 끝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공기 중에는 비에 젖은 아스팔트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감돌았다. "나 이제 투명 인간이야!" 아이는 갑자기 외치더니 복도를 향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Hyatt Place New Taipei City Xinzhuang의 카펫은 생각보다 훨씬 두껍고 폭신했다. 발소리를 집어삼키는 그 부드러운 촉감 덕분에 아이는 정말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마법사가 된 것 같았다. 뒤따라가던 아내가 그 뒷모습을 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5월의 대만은 공기 자체가 눅눅하게 젖어 있었다.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습기가 불쾌하던 찰나, 빳빳하고 서늘한 시트의 감촉이 살결에 닿자마자 팽팽했던 신경이 순식간에 느슨해졌다. 하얏트 특유의 매트리스는 몸을 적당히 받쳐주면서도 깊숙이 끌어안는 안락함이 있었다. '딱 60퍼센트의 힘만 써서 누워 있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완벽한 계획이었다. 천장의 은은한 무늬를 하나하나 세다 보니 어느새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창밖에는 낮은 저음의 빗소리가 깔리고 있었다. 툭, 투툭. 일정한 리듬으로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정교하게 조율된 메트로놈 같았다. 방 안의 공기청정기가 내는 낮은 웅성거림이 그 리듬 위에 겹쳐지며 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벽 너머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두꺼운 벽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그 작은 소음은 오히려 이곳이 온기로 가득 찬 살아있는 공간임을 알려주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빗소리는 정직했고, 그 정직함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아침 식사로 마주한 따뜻한 죽 한 그릇.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죽은 간이 세지 않아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었다. 곁들여 나온 작은 절임 채소의 아삭함이 잠들어 있던 미각을 깨웠고, 전날 홍후이 광장에서 사 온 과일의 진한 단맛이 여전히 혀끝에 맴돌았다. Hyatt Place New Taipei City Xinzhuang의 조식 뷔페는 종류가 풍성해 고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눅눅한 날씨 속에 맛보는 따뜻한 음식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의 위로였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식탁 위에 정갈하게 놓인 냅킨의 각도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창 너머로 신장의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이 도시의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을 수만 개의 조각으로 쪼개놓고 있었다. 빛들은 서로 번지고 섞이며 마치 거대한 수채화처럼 일렁였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 때문에 세상은 온통 무채색의 회색이었지만, 그 색감이 오히려 포근한 담요처럼 도시를 감싸 안은 듯 보였다. 조명을 끄고 가만히 그 번진 빛의 잔상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둠이 아니라, 부드러운 빛들이 겹겹이 쌓여 만든 고요한 층이었다.
넓은 소파 위에 아이가 벗어던진 노란색 양말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짝을 잃고 홀로 남겨진 양말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그 옆에는 아내가 읽다 만 책 한 권이 엎어진 채 잠들어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방의 풍경, 하지만 그 무질서함이야말로 우리가 이곳에 완전히 스며들었다는 증거였다. 집이 아닌 곳에서 느끼는 이 낯선 안도감. 소파의 패브릭은 보들보들했고, 그 위에는 아이가 남긴 작은 과자 부스러기가 훈장처럼 묻어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낮은 숨을 골랐다. 누구 하나 억지로 '즐겁다'거나 '힘내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5월의 습한 공기가 우리 가족을 커다란 투명 막으로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아내와 나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내일의 일정을 속삭였다.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 그 밀도가 주는 평온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천천히 아래로 길을 내며 흘러내렸다.
- 홍후이 광장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세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걷는 길은 생각보다 낭만적입니다.
- 넓고 쾌적한 객실에서 아이와 함께 뒹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완벽한 휴식을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