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베어내는 1월의 무심한 칼바람
신베이 산업단지 역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아득하게 느껴졌다. 1월의 북동풍은 예고 없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뺨을 때렸고, 입술 끝은 금세 하얗게 굳어버렸다. "아빠, 너무 추워요!" 큰애의 투덜거림과 함께 아이들의 입에서는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목도리가 너무 길다며 칭얼거리는 첫째와, 목도리 끝이 거친 보도블록 바닥에 끌리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걷는 둘째의 뒷모습이 애처로웠다. 주변은 온통 무채색의 회색빛 건물들이 성벽처럼 늘어서 있었고, 공기는 차갑게 벼려져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서늘함이 박혔다. 하지만 십 분쯤 걸었을까, 멀리 홍후이 광장의 거대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려한 쇼핑몰의 네온사인 불빛이 차가운 거리 위로 보석 가루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아이들은 그 빛의 유혹에 이끌려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살을 에듯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돌아갈 안식처가 명확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온기가 싹텄다.
경계를 넘어 마주한 다정한 온기
Hyatt Place New Taipei City Xinzhuang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변했다. 뺨을 할퀴던 날카로운 바람이 사라진 자리에 포근한 온기와 함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의 로비 향기가 밀려들어 왔다. 겉옷에 묻어 있던 겨울의 냉기가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넓고 정돈된 로비의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은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마주친 친절한 직원들의 미소는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투숙하는 가족의 모습과 꼬리를 흔드는 작은 강아지를 보니, 이곳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감에 매료되어 잠시 소란스러워졌지만, 그 소음마저도 안전한 내부로 진입했다는 안도감 섞인 환호성처럼 들렸다.
소란함마저 포근하게 감싸는 우리만의 성채
배정받은 디럭스 킹 베드 룸의 문을 열자, 기대보다 훨씬 여유로운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외부의 혹독한 겨울바람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단단하고 아늑한 성채 같았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빳빳하게 당겨진 순백의 킹사이즈 침대였다. 몸을 던지자 적당한 탄성이 구름처럼 몸을 부드럽게 밀어 올렸고, 갓 세탁한 린넨의 보송보송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우와, 진짜 넓다!" 큰애는 침대 위를 바다처럼 헤엄치기 시작했고, 작은애는 소파 구역을 자신만의 비밀 기지로 선포하며 장난감들을 늘어놓았다.
방 한쪽에 마련된 소파 공간은 아이들에게 최적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짐 가방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고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바닥을 굴러다녔지만, 공간이 충분히 넓어 전혀 답답함이 없었다. 어른들은 비로소 깊숙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무거운 긴장을 내려놓았다. 실내 온도는 밖의 추위를 완전히 잊게 만들 만큼 쾌적했고, 공기 중에는 안락함이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녀도 이 네 벽의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기분이었다. 무용한 소란함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포근한 가운을 걸치고 누워 있자니, 더 이상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이 완벽한 고립과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정적과 소음의 변주곡
밤이 깊어지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폭풍 같던 소란함이 걷힌 방 안에는 낮은 가습기 소리와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만이 잔잔하게 남았다. 나는 천천히 커튼을 걷고 유리창 너머의 신좡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창밖의 도시는 여전히 잠들지 못한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들의 전조등이 붉고 노란 긴 선을 그리며 강물처럼 흐르고, 홍후이 광장의 조명들은 밤하늘 아래에서 차가운 보석처럼 반짝였다.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여전히 춥고 소란스러운 겨울밤이었지만,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안온한 구석은 지독하리만큼 고요했다.
차가운 유리창에 손끝을 대보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서늘한 감촉이 오히려 방 안의 온기를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도시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마치 소리 없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풍경이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곁에서 평온하게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여행이란 결국 이렇게 안전한 곳으로 돌아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잠든 얼굴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과정이 아닐까. 1월의 신베이는 매서웠지만, 이곳의 밤은 더없이 다정했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 더없이 평온한 밤이었다.
- 호텔 바로 옆 홍후이 광장에서 식사와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하는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한다.
- 1월의 추위를 녹여줄 신베이 지역의 뜨끈한 해산물 훠궈로 하루의 피로를 마무리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