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거야?"
"정말 이럴 거야?" 네가 짐 가방을 내려놓으며 묻자, 나는 대답 대신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 속으로 몸을 깊숙이 던졌다. 갓 세탁한 린넨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피부에 닿는 서늘한 면의 감촉이 등줄기를 타고 짜릿하게 올라왔다. "그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어." 너는 피식 웃으며 내 곁으로 파고들었다. 7월의 신베이는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가혹한 계절이었지만, Tai Bei Xin Ban Xi Er Dun Jiu Dian의 문을 연 순간 세상의 온도는 바뀌었다. 쾌적한 냉기와 너의 규칙적인 숨소리. 그것만으로 이미 여행의 절반은 성공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이는 안식의 온도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가벼운 헛기침 소리가 벽에 부딪혀 돌아오기까지의 짧은 정적이 우리 사이의 여유를 증명했다. 7월의 오후는 변덕스러워, 맑은 하늘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가 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암막 커튼을 치고 다시 침대라는 작은 섬으로 숨어들었다. 밖은 습한 공기로 숨이 막히겠지만, 이곳은 오직 우리만을 위한 건조하고 포근한 은신처였다. 우리는 그 넉넉한 공간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서로의 호흡으로 채워나갔다.
비가 그친 뒤 맛본 해산물 냄비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붉은 국물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신선한 새우와 조개의 짭조름한 바다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 앞에 앉아 우리는 잠시 말을 잊었다.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불던 실내였기에, 입안 가득 퍼지는 뜨겁고 알싸한 국물은 역설적으로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다정하게 닦아주며 다음 메뉴를 고민하던 그 찰나의 순간, 거창한 계획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저 지금 이 맛과 너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Tai Bei Xin Ban Xi Er Dun Jiu Dian의 야외 수영장은 체온과 닮은 미지근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피부를 감싸는 물의 묵직한 무게감과 그 속에서 서로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웅성거림은 수면 아래로 잠겨 아득한 소음이 되었고, 젖은 속눈썹 사이로 마주친 너의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빛났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감각이 좋았다. 짐을 3일 치나 챙겨왔지만 정작 사용한 것은 얇은 잠옷과 수영복뿐이었다. 가방 속에서 잠든 나머지 옷가지들처럼, 우리의 조급함도 그곳에 함께 묻어두었다.
로비 바에서 마신 차가운 음료의 유리잔 표면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그 방울들이 하나로 합쳐져 손가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릴 때, 나는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에 깊이 고요히 머무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걷고, 같이 눕고, 같이 먹었다. 7월의 끈적한 공기가 우리를 짓눌렀지만, 이 하얀 벽들 사이에서만큼은 우리는 더없이 가벼운 존재가 되어 서로에게 온전히 기대어 쉴 수 있었다.
커튼 틈새로 도시의 불빛이 가늘고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 밖이 너무 뜨거우니, 그냥 호텔 수영장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자.
- 근처에서 해산물 냄비를 먹고, 시원한 방으로 빨리 돌아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