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허기를 부른 건 누구였을까
반차오의 1월 바람은 생각보다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목도리를 턱 끝까지 끌어올려도 뺨에 닿는 공기는 서늘했고, 거리의 네온사인들은 습한 보도블록 위로 번져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걷다가 문득 멈춰 섰다.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배가 고프다고 속삭였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 편의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밀크티 몇 잔과 기름진 향이 코끝을 찌르는 대만식 튀김, 그리고 차가운 캔맥주를 샀다. 비닐봉지가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Tai Bei Xin Ban Xi Er Dun Jiu Dian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대廳休閒酒吧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향기와 온기가 젖은 외투의 한기를 빠르게 지워냈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을 구경했다. 정적이 흘렀지만 싫지 않았다. 그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허기, 그리고 함께 있다는 안도감이 충분한 밤이었다.
바삭한 소음과 섞여든 진심들
방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Tai Bei Xin Ban Xi Er Dun Jiu Dian의 정교하게 준비된 정교한 객실과 포근한 침구는 기대보다 더 안락했다. 몸이 깊숙이 파묻히는 느낌이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들어온 것 같아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우리는 그 하얀 시트 위에 편의점 봉투를 펼쳐 놓았다.
"야, 우리 이번 여행 모토가 '모험과 탐험' 아니었냐? 근데 지금 하는 짓은 그냥 집에서 하는 거랑 똑같네."
민수가 튀김 하나를 입에 물며 툭 내뱉었다.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나는 칙, 소리를 내며 맥주 캔을 따고는 톡 쏘는 탄산의 청량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이게 진짜 탐험이지. 5성급 호텔 침대 위에서 편의점 튀김을 먹는 짜릿함. 너 이거 밖에서 하면 절대 못 하는 경험이야."
"말도 안 돼. 그냥 게으른 거겠지."
우리는 낄낄거리며 낮에 먹었던 제국 게 훠궈 이야기를 꺼냈다. 뜨거운 국물에 몸을 녹였던 기억, 입안 가득 퍼지던 해산물의 진한 풍미.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침대 시트 위에 흩뿌려진 튀김 부스러기와 미지근해진 밀크티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근데 진짜 이 침대 뭐야? 나 여기서 그냥 자면 내일 체크아웃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누가 나 좀 깨워줘."
"꿈 깨. 내일은 또 걷느라 죽어나갈 텐데. 너 아까 길 잃었을 때 표정 봤어? 완전 멘붕이더라."
우리는 서로의 멍청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안주 삼아 씹었다. 세련된 조명 아래에서 우리는 가장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 부조화가 꽤 마음에 들었다.
포만감이 데려다준 고요의 시간
봉투는 비었고, 대화도 어느덧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과 간간이 들리는 도시의 먼 소음만이 남았다. 우리는 각자 침대 모서리에 기대앉아 창밖의 반차오 야경을 바라봤다. 1월의 밤하늘은 맑았고, 멀리 보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검은 바다 위에 뿌려진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었다. 방금까지 떠들썩했던 공기가 차분하게 고요해지으며 마음의 빈틈을 채웠다. 배가 부르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고 했던가. 특별한 결론이나 거창한 교훈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따뜻한 방, 무거운 이불의 감촉, 그리고 옆에서 고르게 숨을 쉬는 친구들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결국 여행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 고요한 순간에 깨달았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 완벽한 밤이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 추운 겨울밤, 몸을 녹여줄 반차오 인근의 제국 게 훠궈를 추천한다.
- 호텔 체크아웃 전, 이른 아침의 텅 빈 야외 수영장을 잠시 산책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