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소동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들
젖은 우산. 눅눅한 플라스틱 냄새와 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의 불규칙한 리듬. 누가 우산을 챙기기로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서로를 탓하며 로비로 뛰어 들어오던 우리의 젖은 어깨와, 빗물에 젖어 엉망이 된 신발 끝을 바라보던 억울한 표정을 기억한다.
알록달록한 침구. Explore 객실 특유의 선명한 색감과 피부에 닿는 보드라운 면의 감촉. 새벽 2시, 노란 조명 아래서 "내일은 꼭 반딧불이를 보러 가자"고 호기롭게 떠들던 우리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그 열기에 취해 몽롱해진 눈빛을 지켜봤다.
에슬리트에서 산 백합 꽃다발.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기와 손끝에 닿는 빳빳한 흰 꽃잎의 질감. 어머니날 선물을 고르느라 한 시간을 고민하다 결국 가장 무난한 것을 골랐으면서, 마치 루브르의 예술 작품을 감정하는 양 진지했던 우리의 표정과 낮은 속삭임을 기억한다.
편의점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가득 담긴 현지 과자들의 달콤한 냄새. 누가 더 이상한 맛의 간식을 고르는지 내기하며, 입안 가득 퍼지는 낯선 맛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우리의 지독한 식탐과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목격했다.
엘리베이터 버튼.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질감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미세한 긁힘. 층수를 잘못 눌러 엉뚱한 층에 내렸을 때, 서로를 쳐다보며 3초간 흐르던 그 짧고도 어색한 정적과, 이내 터져 나온 허탈한 웃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만약 이 사물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그들은 아마 우리가 꽤나 소란스럽고 엉뚱한 무리였다고 말할 것이다. 판차오역에서 호텔까지 걷는 짧은 시간조차 우리에겐 치열한 논쟁의 장이었다. 5월의 신베이는 공기가 끈적였고, 신발 속까지 습기가 차올라 불쾌함이 극에 달했을 때 Kai Sa Qu Tao Man Lv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순간 눅눅함은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와 함께 쾌적함으로 바뀌었다. 마치 끈적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기분이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녹이고, 미니바에 놓인 왕자면과 콜라과자를 뜯으며 우리는 비로소 안도했다. Explore 객실의 튀는 색감들은 우리가 나누던 시시한 농담들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야경은 마치 흩뿌려진 보석처럼 반짝였고, 우리는 그 빛을 배경 삼아 서로의 흑역사를 들춰내며 낄낄거렸다. "우리 진짜 엉망진창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대단한 깨달음 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젖은 양말을 벗어 던지고, 보송보송한 시트 위에 몸을 뉘었을 때 느껴지던 그 안도감이 좋았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여행이 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외출은 충분했다. 억지로 힘을 낼 필요 없이, 그냥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동행들이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일정이었다.
창가에 놓인 백합 향기가 방 안의 눅눅한 습기를 지우고 있었다.
- 판차오역에서 도보 6분 거리니, 걷다가 메가시티나 에슬리트 서점에 들러 시간을 보내보길 권한다.
- Explore 객실의 과감한 색감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을 많이 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