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으로 스며든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피부에 닿는 감촉은 눅눅한 신베이의 9월을 잊게 할 만큼 쾌적했다. 우리는 Kai Sa Qu Tao Man Lv의 디스커버리 룸에 들어섰다. 벽지는 차분한 회색과 연한 분홍색이 묘하게 섞여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오래전 누군가 정성스레 적어 내려간 빛바랜 편지지의 색깔 같았다. 정적을 깨뜨린 것은 바닥을 구르는 캐리어 바퀴의 규칙적인 마찰음뿐이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넓게 펼쳐진 킹사이즈 침대를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충분히 뒹굴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크기의 침대 위에는 이 호텔만의 작은 장식들이 놓여 있어, 이곳이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세심한 취향이 깃든 사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미니바를 열자 3시 15분 얼그레이 밀크티가 보였다. 컵에 따랐을 때 코끝을 스치는 진한 홍차의 향과 혀끝에 닿는 적당한 달콤함은 여행의 피로를 부드럽게 덮어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침대 끝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당신은 낮은 목소리로 이제 야시장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창밖을 보았다. 판차오의 도시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고, 일부 시야를 가로막은 인접한 건물들은 오히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작은 요새 속에 들어와 있다는 안도감을 더해주었다. 욕실로 향하자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구조가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쾌적함이 느껴졌다. 진저하트 세정제에서 풍기는 알싸하면서도 따뜻한 향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웠고,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자 도시의 먼 소음들이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간식으로 제공된 왕자면과 꽈이꽈이를 씹을 때마다 들리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사소한 소음이 방 안의 무거운 침묵을 기분 좋게 채웠다. 거창한 계획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벽에 걸린 빛의 색깔이 금색에서 푸른색으로 천천히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충분히 밀도 있게 흘렀다. 호텔 문밖에는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곳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냥 여기, 서로의 온기가 닿는 거리에 머물기로 했다.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가장 완벽한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피부에 닿는 이불의 묵직한 감촉과 옆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고른 숨소리, 그것만이 이 순간 가장 선명한 진실이었다. 9월의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우리는 다시 Kai Sa Qu Tao Man Lv의 포근한 침대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굳이 무언가를 찾으러 떠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좋은 곳에 와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무 계획 없이 밀크티만 마시고 있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여행은 완성될 테니까.
- 3시 15분 얼그레이 밀크티와 바삭한 과자의 조합으로 침대 위에서 게으른 오후를 만끽해 보세요.
- 건습식 분리 욕실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판차오의 도시 소음을 배경 삼아 피로를 녹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