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높이에서 시작되는 달콤한 탐험
아이들은 호텔의 건축 미학이나 세련된 인테리어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세상의 중심은 로비에 놓인 사탕 바구니의 높이와 그 안에 든 색깔별 젤리의 개수다. 파크리스 호텔의 회전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둘째가 달려간 곳은 체크인 카운터가 아니라 달콤한 향기가 풍기는 테이블이었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시트러스 향과 대리석 바닥의 서늘한 촉감이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아이의 작은 운동화가 내는 경쾌한 마찰음이 로비의 정적을 깨웠다. 직원이 짓는 정중한 미소보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설탕 덩어리가 더 절실한 나이. 첫째는 그 옆에서 사탕을 몇 개 집었는지 진지하게 세고 있었다. '아빠, 여기 보물 상자가 있어!'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에 로비의 공기는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찼다. 내 역할은 그저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무거운 짐을 옮기고, 너무 많은 사탕을 집지 말라고 무심하게 툭 던지는 정도였다. 별거 없는 시작이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이 공간은 이미 거대한 사탕 왕국이었다.
빛의 선을 따라 그려낸 우리들만의 비밀 지도
노블 룸의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곧바로 방 안의 '빛'에 반응했다. 천장과 벽을 따라 날카롭고 길게 뻗은 선형 조명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둘째는 그것이 우주선으로 가는 레이저 빔이라고 믿었다. "절대 선 밖으로 나가면 안 돼, 그럼 외계인에게 잡힐지도 몰라!" 아이는 숨을 죽인 채 조명의 선을 따라 발을 딛지 않고 이동하려는 엉뚱한 시도를 이어갔다. 30제곱미터의 정돈된 공간은 순식간에 아이들의 상상력이 덧칠해진 탐험 지도가 되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통창 밖으로는 1월의 가오슝 햇살이 투명하게 쏟아져 들어와, 하얀 침구 위에 따스한 온기를 흩뿌렸다. 아이들은 창문에 코를 납작하게 붙이고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욕실의 투명한 그레이 글라스는 마법의 거울이 되어 아이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반사했고, 그 앞에서는 끊임없는 낄낄거림이 터져 나왔다. 하얀 테이블 위에 흩어진 작은 장난감들과 알록달록한 젤리 껍질들. 파크리스 호텔이 정성껏 가꿔놓은 정갈한 질서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무질서로 덮이는 과정은 꽤나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그들은 이 공간을 완전히 점유했고, 나는 그 점유의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며 함께 웃었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찾아온 온전한 정적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지고 나서야 방 안에는 비로소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갯벌처럼, 방 안에는 아이들이 남긴 작은 흔적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그제야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누웠다. 1월의 가오슝은 섭씨 20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피부에 닿는 공기가 딱 적당한 온도다. 호텔 내 국제적인 레스토랑과 바에서 맛본 한정 메뉴의 진한 여운이 입안에 조금 남아 있었다. 낮에 루이펑 야시장까지 걸어갔던 15분 동안의 소란함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고소한 튀김 냄새, 아이들의 칭얼거림. 그 모든 소음이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을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고밀도 시트의 매끄러운 촉감이 살결에 닿았고, 방 안의 조도를 낮추자 낮에는 레이저 빔이었던 선형 조명은 이제 은은한 밤의 길잡이가 되어 나를 감쌌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역할 없이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무용(無用)한 시간의 가치는 바로 이런 곳에서 발견된다. 다시 이곳에 온다 해도 나는 아마 똑같이 침대에 누워, 이 완벽한 정적을 탐닉할 것이다.
창가에 걸린 얇은 커튼 사이로 가오슝의 밤공기가 아주 살짝 스며들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로비의 사탕 바구니부터 공략하세요. 체크인 전 긴장을 푸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루이펑 야시장까지는 천천히 걸어가 보세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거리의 작은 간판들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