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 웍 온 더 파크 조식 홀의 유쾌한 소란
아침의 시작은 늘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흐른다. 둘째는 접시 위에 오렌지 조각을 위태롭게 쌓아 올리며 '오렌지 성'을 만들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첫째는 빵에 잼을 듬뿍 바르다 테이블 위로 달콤한 흔적을 흩뿌리고 있었다. 웍 온 더 파크의 조식 식당은 이미 여행자들의 활기로 가득했고, 그 소란스러운 리듬 속에 우리 가족의 작은 소동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4월의 가오슝 공기는 이미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묵직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중앙공원의 초록은 눈이 시릴 만큼 짙었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진한 커피 향이 공기 중에 엉켜 있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프렌치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음, 이건 진짜 맛있다!" 아이들의 입가에 잼이 묻어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 식사였으나, 이 적당한 무질서함이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 충분히 배를 채운 우리는 오늘의 작전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15:00, 하얀 시트 위로 쏟아지는 정적의 시간
중앙공원역 2번 출구를 나와 가오슝의 거리를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의 체력 게이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다시 호텔 인디고 가오슝 Central Park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현대적인 건축미가 돋보이는 이 호텔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아이들이 거실 공간에서 마음껏 뒹굴어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정도의 쾌적한 거리감이 있었다. 가오슝의 항구 역사를 모티프로 했다는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게 세련되었고, 짙은 색의 원목 가구와 정갈한 선들이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에어컨의 냉기가 달궈진 피부에 닿자 비로소 막혔던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빠, 나 여기서 그냥 살래..." 첫째는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둘째는 푹신한 베개를 끌어안고 무언가 웅얼거리다 이내 고요해졌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하고 빳빳한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본질적인 목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19:30, 피어 넘버원에서 마주한 보랏빛의 위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루프탑 바인 피어 넘버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위해 주문한 무알코올 칵테일은 마치 마법의 물약처럼 화려한 색깔을 뽐냈다. 둘째는 투명한 컵 속에서 빨대를 빙글빙글 돌리며 작은 물방울들이 춤추는 모양을 진지하게 관찰했다. 고층에서 내려다본 가오슝 시내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모형 도시처럼 보였고, 그 위로 4월의 밤바람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싣고 와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하늘은 타오르는 오렌지색에서 몽환적인 보라색으로, 그리고 다시 깊은 남색으로 천천히 물들어갔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각자의 음료를 홀짝이며 멀리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이토록 조용해지는 시간, 어른들에게는 그 짧은 침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이 된다. 도시의 소음은 아득히 먼 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우리는 그저 이 보랏빛 공기 속에 함께 머물렀다. 꽤 근사하고 평온한 저녁이었다.
23:00, 겹겹이 쌓인 리넨의 무게와 안식
아이들이 잠든 방 안에는 규칙적이고 낮은 숨소리만이 잔잔하게 남았다. 이제야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 위에 서서 적당한 온도의 물줄기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자,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몸의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려났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몸을 뉘었을 때, 호텔 인디고 가오슝 Central Park의 두툼한 이불이 몸을 지그시 눌러왔다. 이 묵직한 무게감이 묘하게 안심이 되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포근함이 전해졌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풍경 속에서 나만의 익숙한 편안함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짐 가방 속에 겹겹이 쌓인 옷가지들처럼, 오늘 하루의 기억들이 층층이 쌓여 내 마음속에 포근한 층을 이룬다. 내일은 나마샤에 가서 달콤한 복숭아를 사고 반딧불이를 만날 계획을 세워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빳빳하게 관리된 리넨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많은 것을 욕심낼 필요 없이, 이 정도의 안락함이면 충분한 밤이다.
아이의 작은 발가락이 하얀 이불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 중앙공원역 2번 출구와 매우 가까워 아이들과 함께 이동할 때 체력을 효율적으로 아낄 수 있습니다.
- 피어 넘버원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보는 가오슝의 야경은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평온함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