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거꾸로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야, 너 지도 거꾸로 들었어!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니까!" 옆구리를 쿡 찌르는 손길에 지도를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돌렸다. "아니거든? 여기가 중앙공원 맞다니까." "너 믿고 갔다간 가오슝 미아가 될걸? 이번에도 그러면 진짜 버리고 간다." "그건 지도가 잘못 그려진 거지, 내 방향 감각 문제가 아니라고!" 서로의 멍청함을 탓하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눅눅한 4월의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걷는 이 소란함이 좋았을 뿐.
소란함이 머물다 간 정갈한 자리
우리가 짐을 푼 곳은 Bi Ou Zhi Ju의 시티 뷰 룸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낮은 채도의 인테리어와 함께 로비에서부터 따라온 은은한 시그니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바닥의 감촉이었다. 카펫 없이 매끄럽게 닦인 바닥은 맨발에 닿는 느낌이 서늘하고 쾌적해, 밖에서 묻혀온 도시의 먼지를 단숨에 씻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4월의 가오슝은 끈적한 해풍이 골목마다 스며들었지만, 방 안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정갈하고 쾌적했다.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지자 마치 거대한 구름 속에 파묻히는 듯한 안락함이 밀려왔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에서 제공한 달콤한 웰컴 도넛과 무료 스낵들이 놓여 있어,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다정한 배려가 느껴졌다. 특히 세심하게 준비된 오이 마스크팩과 핸드크림은 낯선 도시의 햇살에 지친 피부를 다독여주는 작은 위로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은 화려함보다는 정직한 삶의 궤적을 닮아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방 안 깊숙이 스며들어 가구들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깎아내고, 거리의 소음은 적당한 거리감을 둔 채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로비의 작은 예술 갤러리를 지나 방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며 이 무용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완벽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이 공간이 주는 나른함에 몸을 맡긴 채 뒹굴거리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성취였다.
새벽 두 시의 낮은 목소리
"사실 나, 여기 정말 좋더라." 불이 꺼진 방, 천장의 희미한 빛 아래에서 누군가 낮게 읊조렸다.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목소리에는 눅눅한 진심이 묻어났다. "그치? 침대가 너무 포근해서 내일 체크아웃 하기 싫어." "내일은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냥 늦잠 자고, 1층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는 거야." "콜. 그냥 누워만 있는 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성취가 될 것 같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킥킥거렸다. 거창한 깨달음보다는 지금 이 온도, 그리고 옆에서 들리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잘 자라, 멍청이들아." "너나 잘 자."
창밖의 가오슝 밤거리가 보석을 뿌려놓은 듯 적당히 반짝이고 있었다.
- Bi Ou Zhi Ju 로비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특유의 은은한 향기를 천천히 음미해 볼 것.
- 1층 스낵바에서 제공하는 달콤한 웰컴 도넛과 무료 음료로 여행의 시작을 달콤하게 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