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허기는 누구의 잘못인가
5월의 화롄은 끈적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백합과 야생생강꽃의 달큰한 향이 섞여 있었고, 그 끝에는 항상 칠성탄의 짠 바다 냄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우리가 머문 Qi Xing Tan Shui Shang Ming Yue Hai Jing Du Jia Lv Dian은 외관부터가 꽤나 과감했다. 웅장한 아치형 로비와 화려한 채색 돔 천장, 그리고 끝없이 내려오는 수정 샹들리에가 만드는 빛의 잔상은 이곳이 일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공간임을 상기시켰다. 묵직한 석재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걸음걸이마저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저녁으로 먹은 '부귀명월 황금새우게'의 바삭함과 탱글함은 완벽했지만, 밤 11시가 되자 위장은 배신을 시작했다. 정적을 깬 것은 누군가의 배에서 난 꼬르륵 소리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 편의점에 가자고 말하는지 내기를 했고, 결국 가장 참을성 없던 녀석이 슬리퍼를 끌며 일어섰다. 눅눅한 밤바람마저 여행의 일부로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눅눅한 과자 속에 숨겨둔 진심
우리가 묵은 '큐피드' 룸은 이름부터가 중년의 친구들에게는 조금 과한 낭만을 강요했다. 방 안은 온통 사랑과 설렘을 속삭이라고 압박하는 분위기였지만, 우리는 그 낭만을 비웃으며 시몬스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다. 몸이 깊게 잠기는 푹신함 속에 편의점에서 사 온 봉지 과자들을 무질서하게 쏟아냈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경쾌하게 깨뜨렸다.
"야, 너 아까 저녁에 새우게 세 마리나 더 집어먹는 거 다 봤어. 그런데 또 배가 고프냐?"
"그건 주방장이 너무 잘 만들어서 내 위장이 잠시 속은 거고. 근데 이 감자칩, 왜 이렇게 눅눅해?"
"화롄 습도가 79퍼센트라잖아. 과자도 같이 샤워한 거지. 이게 바로 현지의 맛이라는 거야."
우리는 낄낄거리며 눅눅해진 과자를 씹었다. 럭셔리한 룸 서비스나 정갈한 코스 요리보다, 비닐봉지에서 쏟아져 나온 이름 모를 현지 과자들이 더 반가웠다. 서로의 낡은 습관을 끄집어내고, 젊은 시절의 멍청했던 기억들을 안주 삼아 씹어대는 시간. 큐피드의 방에서 사랑 대신 우정을 확인하는 방식은 꽤나 건조하고 시끄러웠다. 서로의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가리키며 한참을 웃다 보니, 굳이 힘내라는 말이나 거창한 위로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같이 눅눅한 과자를 먹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소음이 걷힌 자리의 안온함
소란이 잦아들었다. 과자 부스러기를 대충 치우고 록시땅 바디워시로 손을 씻어내자, 은은한 허브 향이 방금까지의 소란을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토토 비데의 정교한 작동음이 조용한 방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테라스로 나가니 Qi Xing Tan Shui Shang Ming Yue Hai Jing Du Jia Lv Dian 너머로 칠성탄의 검은 바다가 보였다. 낮의 찬란했던 파란색은 사라졌지만, 파도 소리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5월의 밤은 적당히 따뜻했고, 빳빳하고 두툼한 호텔 가운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천장의 화려한 장식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특별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진리 같은 건 찾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이 눅눅한 공기와, 곁에서 코를 골며 잠든 시끄러운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안도감. 그 무용한 평범함이 주는 안온함이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칠성탄의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고, 우리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칠성탄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현지 망고 젤리와 짭조름한 해조류 과자.
- 늦은 밤, 테라스에서 바다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시원한 보리차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