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낯선 화려함이 안도가 되는 순간
우리는 입구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런 압도적인 화려함이 우리라는 소박한 풍경에 과연 어울릴까 싶어서. 하지만 Qi Xing Tan Shui Shang Ming Yue Hai Jing Du Jia Lv Dian의 천 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주철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그런 사소한 걱정은 순식간에 경탄으로 바뀌었다. 층고 높은 아치형 로비의 웅장함과 정교하게 채색된 돔 천장, 그리고 그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빛줄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차가운 석재 벽면을 타고 흐르는 유럽풍 벽화들은 마치 현실의 시간을 지우고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통로 같았다. "정말 여기 묵어도 되는 걸까?" 나지막이 뱉은 나의 물음에 상대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꽉 쥐어 보였다. 그 손의 온기가 화려한 공간이 주는 낯섦을 안도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배정받은 객실의 문을 열자 록시땅의 은은한 허브 향이 포근한 공기가 되어 마중을 나왔다. 시몬스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지자, 팽팽하게 조여 있던 일상의 긴장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깊게 고요해졌다. 전동 커튼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천천히 열리자, 3월의 화롄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회청색에서 시작해 조금씩 에메랄드빛으로 층층이 변해가는 수평선은 마치 거대한 수채화가 실시간으로 그려지는 과정 같았다. 칠십팔 퍼센트의 습도를 머금은 눅눅한 바다 내음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피부를 간질였고, 두툼한 실크 가운의 매끄러운 감촉이 몸을 감싸 안았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란히 누워,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의 리듬에 호흡을 맞췄다. 다이슨 드라이어의 매끄러운 금속 표면과 방 안의 적당한 온도가 우리를 완벽한 고립 속으로 안내했다. 굳이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이 공간의 온도와 색채 속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밤 11시, 수면 위로 일렁이는 우리의 약속
저녁 식탁 위에 오른 금은마늘 랍스터는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예술품 같았다. 레몬즙의 상큼함이 마늘의 알싸한 풍미와 정교하게 어우러져 혀끝을 깨웠고, 바삭하게 튀겨진 껍질 속에 숨은 탱글한 속살은 씹을 때마다 달콤한 바다의 정수를 뿜어냈다. 얇은 튀김옷을 입은 황금 새우게의 탄력 있는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면,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 없는 찬사를 보냈다. 서로의 접시에 정성껏 음식을 덜어주는 손길 속에는 대화보다 더 깊은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짓는 무의식적인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행복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여행이 주는 가장 소소하고도 확실한 기쁨이었다. "진짜 맛있다, 그치?" 짧은 감탄사 속에 담긴 진심이 따뜻한 조명 아래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방, 토토 정온 수전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욕조를 채우는 소리가 정적을 기분 좋게 깨웠다. 마사지 욕조의 미세한 기포들이 보글거리며 피부를 간지럽히자, 하루 동안 쌓였던 여정의 피로가 물결을 타고 씻겨 내려갔다. 우리는 서로의 발끝이 겨우 닿을 만큼의 거리에서 나란히 앉아, 따뜻한 수증기가 시야를 뿌옇게 흐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년의 약속을 속삭였다. "내년 이맘때에도 다시 Qi Xing Tan Shui Shang Ming Yue Hai Jing Du Jia Lv Dian에 올 수 있을까?" 대답 대신 맞잡은 손의 온기가 물속에서 더욱 뜨겁게 전해졌다.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보다 더 아름다웠던 건, 물결을 따라 벽면에 느릿하게 일렁이던 우리의 작은 그림자였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차가운 타일 바닥에 닿아 '톡' 하고 흩어지는 소리가 우리 사이의 고요를 더 깊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그 정적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어색함을 지우고, 서로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창밖의 바다는 이제 완전히 짙은 남색으로 고요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