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야식 먹자고 했더라
12월의 화롄은 생각보다 훨씬 시렸다. 뺨을 날카롭게 스치는 북동풍에 정신이 번쩍 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동대문 야시장에서 산 비닐봉투들을 양손 가득 움켜쥐었다. 봉투 속에서는 숯불 향 가득한 닭꼬치와 갓 튀겨낸 간식들이 서로 부딪히며 바스락거렸고, 그 사이로 배어 나온 기름진 냄새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욱 진하게 피어올랐다. Fu Kang Da Fan Dian 로비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6미터 높이의 압도적인 천장과 정교하게 계산된 조명이 만드는 빛과 그림자의 경로, 그리고 전 시장의 저택이었다는 공간의 고결함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우아한 대리석 바닥 위에 기름기가 밴 투명한 비닐봉투를 든 채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은 지독하게 부조화스러웠지만, 오히려 그 낯선 괴리감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꼴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격식을 차린 공간에 무례하게 침범한 야식의 냄새, 그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시작처럼 느껴졌다.
입술에 묻은 양념과 무용한 대화들
"야, 너 아까 분명히 배 안 고프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
"그건 30분 전 얘기지. 시장의 숯불 냄새를 맡으면 인간의 뇌는 리셋되는 법이야."
우리는 객실의 넓은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Fu Kang Da Fan Dian의 침대는 기대보다 훨씬 말랑했고, 몸을 던지는 순간 매트리스가 우리를 부드럽게 집어삼켰다. 닭꼬치의 짭조름한 향이 방 안의 온기와 섞여 몽글몽글하게 퍼져 나갔다. 한 입 베어 문 고기는 뜨거웠고, 끈적한 양념이 입술에 달라붙어 달콤하고 짭짤한 여운을 남겼다.
"근데 이 베개 뭐야? 거의 종잇장 수준인데?"
"내 거도 그래. 그냥 베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우리는 갑자기 진지해져서 누구의 베개가 더 납작한지를 두고 5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낯선 타국에서 베개의 높이를 측정하는 것만큼 무용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 무용함에 온 마음을 다했다. 창밖으로는 화롄 시내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었고, 멀리 산의 검은 윤곽이 밤의 경계선처럼 묵직하게 놓여 있었다. 12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방 안은 음식 냄새와 시시한 농담, 그리고 서로의 온기로 적당히 데워져 있었다.
"내일 일출 보러 갈 거야?"
"내기할래?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내일 커피 쏘기."
"콜. 근데 우리 셋 다 못 일어날 것 같은데?"
결국 우리는 모두 늦잠을 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모두가 기쁘게 그 결론에 동의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이 여행의 유일한 정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틈
왁자지껄하던 음식들이 사라졌다. 바닥에는 빈 봉투와 나무 꼬치, 그리고 몇 개의 휴지 뭉치만 덩그러니 남았다. 뜨거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고, 방 안에는 기분 좋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의 깊은 어둠을 응시했다. 웅장한 로비를 지나 이 작은 방으로 들어와 누워 있으니,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채 우리만의 작은 섬에 고립된 기분이었다.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밤이었다. 하지만 그 무용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필요했던 조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시선을 돌려 다시 창밖을 보았다. 거대한 산등성이가 밤의 색에 녹아들어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소음, 그리고 적당히 편안한 사람들의 존재를 느꼈다. 억지로 힘을 내어 무언가를 보러 다니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여기 이렇게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이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완벽했다.
창밖의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깊은 잠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 동대문 야시장의 숯불 닭꼬치와 바삭한 현지식 튀김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 Fu Kang Da Fan Dian의 무료 셔틀을 이용해 화롄 시내의 고요한 풍경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