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환호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이곳은 기차역이 아니지만, 누군가의 다정한 상상력이 빚어낸 '제8플랫폼'이라는 가짜 승강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11월의 창화는 햇살이 낮게 깔려 세상의 모든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계절이다. 그 황금빛 그림자가 인공적인 플랫폼의 선을 따라 유려하게 뻗어 있었다. 아이들은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그 선 위에 나란히 서서 누가 더 멀리 가나 내기하는 유희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지우하오 행관의 인테리어는 이처럼 기분 좋은 엉뚱함을 품고 있다. 실제 기차역의 기능을 하지 않는 공간을 굳이 이곳에 옮겨놓은 수고로움, 그 무용한 정성이 여행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설렘이 된다. 바랜 듯 포근한 벽면의 색감과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는 은은한 조명 아래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마치 흩날리는 꽃가루처럼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저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가짜 승강장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아이들의 세계는 이미 거대한 모험지로 변해 있었고, 그 찰나의 행복이 내 마음속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정적과 소란 사이, 방 안을 채운 다정한 리듬
우리가 묵은 가족 스위트룸은 생각보다 훨씬 넉넉했다. 공간이 넓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빠른 가속도를 허락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둘째가 거실 끝에서 끝까지 전력 질주를 할 때마다 바닥에 닿는 발바닥의 '착착' 소리가 규칙적인 박자를 만들어냈다. 그 소리는 네모난 벽에 부딪혀 다시 돌아오며 방 안의 공기를 활기차게 흔들었다. 보통의 호텔이라면 층간소음이라는 강박에 아이들의 발목을 잡았겠지만, 이곳에서는 그 소란함조차 여행이 주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밤중,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뒤에 찾아오는 정적은 또 다른 결의 소리들을 데려온다. 냉장고가 낮게 웅웅거리는 기계음, 에어컨이 건조한 바람을 밀어내는 소리, 그리고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타인의 낮은 말소리들. 그 소리들의 간격을 가만히 세고 있으면, 내가 지금 낯선 도시의 한복판에 와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났다. 잠결에 뒤척이며 내뱉은 큰아이의 작은 잠꼬대가 정적을 깨뜨렸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소란함과 고요함이 교차하는 그 지점이 주는 안락함은, 굳이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꽉 차 있는 느낌이었다.
서늘한 시트 위로 겹쳐진 온기의 기억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가장 먼저 피부에 닿은 것은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감촉이었다. 갓 세탁한 빨래에서 나는 특유의 깨끗한 냄새와 함께 살짝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그 서늘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아이들이 내 위로 쏟아져 내렸고, 작은 몸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온기가 순식간에 시트의 냉기를 덮어버렸다. 아이들의 살결은 언제나 미지근하고 보드랍다. 그 무해한 촉감이 닿는 순간, 하루 종일 쌓였던 여행의 피로가 봄눈 녹듯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우하오 행관의 욕실 타일은 발바닥에 닿았을 때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강한 물줄기는 피부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손가락 사이에서 촘촘하게 뭉쳐지는 비누 거품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도톰한 수건이 물기를 빠르게 흡수할 때의 그 포근함은 기본에 충실한 환대처럼 느껴졌다. 특히 가족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아이들을 넣었을 때, 물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렇게 단순하고 명료한 촉감을 기억하는 일이라고.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어내며 느끼는 눅눅함과 따뜻함의 조화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호박색 달콤함과 바삭한 버터의 변주곡
창화의 맛을 논할 때 루위안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근처 시장에서 맛본 루위안은 쫄깃한 피 속에 대나무 죽순과 고기가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그 위에 듬뿍 얹어진 끈적하고 달콤한 호박색 소스였다.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 소스의 강렬한 단맛이 혀끝을 먼저 자극하고 뒤이어 고기의 담백함이 묵직하게 따라왔다. 아이들은 입가에 소스를 잔뜩 묻힌 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낄낄거렸다. 닦아줄 휴지를 찾는 것보다 그 엉망진창인 모습 자체가 더 즐거워 보였고, 나는 그 천진난만한 풍경에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간식으로 곁들인 부얼팡의 에그타르트는 겉면이 아주 얇고 바삭해 경쾌한 식감을 자랑했다. 한 입 깨물면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버터 향이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왔다. 중심부의 노란 커스터드는 덜 익은 듯 촉촉했고,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깊은 풍미를 남겼다. 뜨거운 타르트 한 조각과 차가운 우유 한 잔의 단순한 조합이 주는 만족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남은 조각을 두고 다투는 아이들의 소란을 관조하며 나는 입안에 남은 마지막 버터의 여운을 천천히 음미했다.
숲의 숨결과 갓 구운 빵의 포근한 조우
호텔을 나서 방문한 수삼림 농장에는 11월의 서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습도를 머금은 짙은 흙 냄새와 낙우송 잎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청량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 내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들의 소리가 가을의 깊이를 알려주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 깊숙이 맑은 숲의 냄새가 들어왔다. 그것은 인위적인 향수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이 천천히 뱉어내는 무심하고도 정직한 향기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을 때, 로비에서 은은하게 풍기던 깨끗한 세탁물 냄새가 마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을 주었다. 아침에 제공된 조식의 커피 향은 잠든 뇌를 부드럽게 깨워주었고, 갓 구운 토스트의 고소한 냄새와 따뜻한 차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은 소박하지만 완벽했다. 특별한 진미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빵을 씹는 그 풍경 속에 섞여 있는 일상의 냄새들이 좋았다. 11월의 창화는 그렇게 서늘한 숲의 향기와 따뜻한 빵의 냄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체온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완성된 기억이 되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꽉 쥐고 있었다.
- 부채꼴 차고는 호텔에서 가깝다. 오전 일찍 방문해 철도 박물관의 고요함을 즐기길 추천한다.
- 11월의 창화는 일교차가 크다. 가벼운 겉옷을 준비해 수삼림 농장의 낙우송 산책로를 천천히 걷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