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5월에 여기 오자고 했더라?" 지수가 눅눅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쏘아붙였다. "습도 78퍼센트래. 이건 그냥 공기 중에서 수영하는 수준 아니야?" 내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꾸했다. "나라고 좋아서 왔겠냐? 너희가 창화에 가면 뭔가 힙한 게 있을 것 같다고 했잖아!" 민호가 낄낄거리며 가방을 바닥에 툭 던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셋 다 헛다리 짚었네. 그냥 덥고 습하기만 한 지옥이야." "근데 웃긴 건, 아까 그 콩로우판은 진짜 미쳤었다는 거지. 그 기름진 고기 맛은 습도 따위 가볍게 씹어먹더라고."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선택을 비웃으며 낄낄거렸다. 끈적이는 피부와 눅눅한 공기마저 웃음소리에 섞여 가벼워지는,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6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나무의 품
단화탕 반려동물 동반 빌라의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것은 묵직하고 정겨운 오래된 나무 냄새였다. 6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 집은 세련된 호텔의 매끄러운 대리석 대신, 발바닥에 닿는 투박하고 정직한 나무의 질감을 내어주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끼익' 하며 낮게 울리는 바닥 소리는 마치 집이 우리를 반기는 낮은 숨소리처럼 들려, 들떠 있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방 안을 채운 것은 눈이 편안한 낮은 채도의 노란 조명이었다. 빛이 닿는 곳마다 바랜 벽지와 모서리가 둥글게 닳은 가구들이 보였는데, 그것은 오랜 세월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다정한 흔적이었다. 창문을 살짝 열자 창화 시내 골목의 눅눅한 흙내음과 이름 모를 꽃향기가 밀려 들어왔지만, 집 안의 온기와 섞이며 묘하게 포근한 안식처의 향기로 변했다. 거실 한쪽에서 낮잠을 자는 강아지의 규칙적인 숨소리는 공간의 여백을 메웠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이 공간의 관대함은 우리마저 무장해제 시켰다. 꽉 조여 매었던 신발 끈을 느슨하게 푸는 것처럼, 우리는 비로소 여행자의 긴장을 내려놓았다. 이곳의 시간은 바깥세상의 속도와는 다르게 흘렀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침대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적당히 낮은 베개의 안락함은, 무언가를 더 보러 가야 한다는 강박을 지워주었다. 그냥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 같은 충만함이 밀려왔다.
낮은 조명 아래 털어놓는 진심
"있지, 우리 내일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까?" 밤 11시, 스탠드 하나만 켜진 방 안에서 민호가 툭 던지듯 중얼거렸다. "갑자기? 아까는 팔괘산 가서 인생샷 찍어야 한다고 난리였잖아." 지수가 낮게 킥킥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이게 더 럭셔리한 것 같아. 낡은 집에서 뒹굴거리는 무용한 시간 말이야." "말은 잘해. 결국 내일 늦잠 자고 싶다는 소리지?" "정답. 근데 진짜로, 여기 있으면 그냥 다 괜찮은 기분이야. 특별한 걸 안 해도 충분해."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창밖에서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밤의 합창을 하고 있었고, 방 안의 공기는 쾌적하고 서늘했다. "나 사실 오기 전에 좀 지쳤었거든. 근데 이 나무 바닥을 밟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애쓰며 살았나 싶더라고." 지수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고 진실하게 고요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눈 대신 천장의 나뭇결을 바라보며, 대단한 위로 대신 '충분하다'는 마음을 공유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되는, 다정한 밤이었다.
낡은 나무 창틀 너머로 5월의 달빛이 옅은 우유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 콩로우판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팔괘산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단화탕 반려동물 동반 빌라의 나무 바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아무 계획 없는 오후를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