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라는 가장 정직한 신호
12월의 타오위안은 살갗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유독 매서웠다. 화태명품성의 인공 눈이 흩날리는 몽환적인 풍경을 한참이나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를 자극했다. Gu Hua Hua Yuan Fan Dian 로비의 묵직한 회전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붉게 얼어붙은 코끝을 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왔지만, 안락함이 주는 정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누군가 배가 고프다고 낮게 읊조렸고, 그 한마디는 기폭제가 되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우리는 다시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편의점의 창백하고 밝은 조명 아래서 고른 몇 가지 간식과 타마타마에서 미리 사둔 딸기 푸딩이 든 비닐봉지가 손끝에 닿았을 때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경쾌한 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졌고, 20년의 세월을 품은 호텔의 두툼한 카펫은 우리의 들뜬 발소리를 포근하게 집어삼켰다. 덕분에 우리는 더 마음 놓고 낄낄거리며, 마치 비밀스러운 작전을 수행하는 아이들처럼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입안에서 굴린 시시콜콜한 진심들
"야, 근데 아까 로비에서 본 그 증류기 봤어? 무슨 외계인 제단처럼 생겨서 묘하게 압도적이더라."
침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푸딩을 크게 한 술 떴다. 차가운 크림과 달콤한 딸기가 혀끝에서 뭉개지며 나른한 쾌감을 줬다. 친구 하나가 냉장고 문을 열려다 멈칫하며 투덜거렸다.
"여기 냉장고 위치 진짜 이상하지 않아? 왜 이걸 먼저 열어야 안쪽이 보이지? 설계한 사람 누구야."
"그게 이 호텔의 매력이지. 위스키처럼 묵직하게 숙성된 낡은 맛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는 냉장고의 비효율성에 대해 한참을 진지하게 토론했다. 사실 정답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말이 나왔고, 우리는 그걸 씹으며 뱉어냈을 뿐이다. 12월의 추위를 피해 들어온 방 안은 적당히 따뜻했고, 넓은 침대에 몸을 파묻고 앉아 있으니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계획했던 거창한 일정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내일 가기로 했던 곳, 꼭 봐야 한다는 명소들.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지금 내 입안에 퍼지는 푸딩의 단맛과, 옆에서 들리는 친구의 멍청한 농담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가감 없이 끄집어내며 웃었다. 억지로 힘낼 필요도, 대단한 깨달음을 얻을 필요도 없는, 오직 우리만의 무해한 밤이었다.
포만감이 남긴 다정한 정적
비닐봉지 속의 음식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빈 용기들을 정리하고 나자 방 안에는 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어색한 침묵이 아니었다. 적당히 배가 부르고, 적당히 나른한 상태에서 오는 평온함이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창밖으로는 타오위안의 밤거리가 희미하게 보였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의 전조등이 천장에 긴 그림자를 만들며 느리게 움직였다.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누군가 낮게 하품을 했고, 또 누군가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Gu Hua Hua Yuan Fan Dian의 침구는 생각보다 포근했다. 몸을 감싸는 이불의 무게감이 적당해서, 마치 무거운 외투를 입고 있는 것처럼 안심이 됐다. 무용한 대화들이 공기 중에 흩어지고, 남은 것은 서로의 온기뿐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여기 이렇게 누워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셈이었다.
희미한 스탠드 불빛 아래,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들이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 중리 야시장에서 파는 따끈한 큐브 스테이크와 밀크티 조합을 추천한다.
- 타마타마의 겨울 한정 딸기 푸딩은 반드시 미리 사서 냉장고에 넣어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