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순간들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 하얀 침구: 바스락거리는 면의 서늘한 촉감과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깨끗한 냄새. 누가 먼저 잠들지 내기를 걸었다가 5분 만에 모두가 기절하듯 잠든 우리의 허술한 승부욕을 목격했다.
- 욕조: 몽글몽글한 거품의 부드러움과 피부를 감싸는 뜨거운 온기.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진지하게 토론하다가 결국 "그냥 그런 거지"라며 허무하게 결론 내린 우리의 철학적 방황을 목격했다.
- 침대 옆 협탁: 매끄러운 나무 표면의 단단함과 은은하게 내려앉은 조명 빛. 배터리 1%의 공포 속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비로소 서로의 눈을 맞추며 대화하기 시작한 강제적 디지털 단식의 시간을 목격했다.
- 수영장의 푸른 물: 8월의 열기를 단숨에 식히는 서늘한 감촉과 옅은 소독약 냄새. 멋지게 동시 수영을 시도했다가 물을 잔뜩 먹고 쿨럭거리던 서로의 처참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몰골을 목격했다.
- 방 카드키: 손때 묻은 플라스틱의 매끄러움과 가방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중리 야시장에서 산 온갖 간식 봉투를 든 채, 가방 구석구석을 뒤지며 이 작은 조각을 찾아 헤매던 우리의 다급한 소동을 목격했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8월의 타오위안은 눅눅한 습기로 가득했다. 하늘은 누군가 무심하게 구겨놓은 편지봉투 같았고, 공기는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숨을 쉴 때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Gu Hua Hua Yuan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우아한 연륜이었다. 복도 곳곳에 전시된 예술 작품들은 마치 이 공간이 간직한 기억들을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했다.
우리가 묵은 리징 룸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고, 그 아늑한 어둠 덕분에 우리는 평소보다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야, 우리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까?" 누군가의 제안에 우리는 젖은 운동화를 현관에 나란히 벗어두고, 계획표 따위는 던져버린 채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밖은 태풍이 올 듯 습했지만, 방 안은 쾌적한 냉기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쓸모 없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절실한 법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지도 없이 가장 맛있는 빙수집을 찾는 내기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엉뚱한 골목에서 길을 잃고 땀을 뻘뻘 흘렸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문방구의 잉크 냄새와 이름 없는 카페의 쌉싸름한 커피 향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채웠다. 호텔 맞은편 광명공원의 푸른 나무들을 지나 중리 야시장까지 걷는 10분은 우리만의 작은 탐험이었다. 길가에서 파는 이름 모를 간식의 고소한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섞여 활기찬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쫄딱 젖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꼴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는 불쾌함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그것이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의 진짜 묘미였다. Gu Hua Hua Yuan Fan Dian의 야외 수영장에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며 느꼈던 그 짜릿한 해방감은 어떤 거창한 성취보다 확실한 행복이었다. 60%의 힘만 쓰기로 약속한 여행이었지만, 웃을 때만큼은 100%의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눅눅한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나눈 것은 거창한 우정의 맹세가 아니라, 그냥 같이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는 안도감이었다. 구식 호텔의 낡은 카펫 위를 걷는 푹신한 발소리, 창밖으로 보이는 타오위안의 흐릿한 야경. 모든 것이 적당히 느슨하고 적당히 따뜻했다.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아니, 이보다 더 충분할 수는 없었다.
얼음이 다 녹아 투명해질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의 비를 보았다.
- 중리 야시장에서 파는 이름 모를 튀김들을 종류별로 다 맛보는 탐험을 즐길 것.
- 리징 룸의 조명을 낮추고 배터리 1%가 주는 뜻밖의 해방감을 만끽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