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히지 않는 너그러운 공간, 왜 이곳일까?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11월의 서늘한 공기에 섞인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마치 세월의 결이 켜켜이 쌓인 고서를 펼칠 때 나는 그런 아늑하고 묵직한 향기였다. 정성껏 닦아낸 나무 바닥의 은은한 광택이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Gu Hua Hua Yuan Fan Dian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예상 밖의 광활함이었다. 효율을 위해 공간을 쪼개는 요즘의 호텔들과 달리, 이곳은 아이들이 전력 질주해도 숨이 차지 않을 만큼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었다. 짙은 색조의 고풍스러운 중국풍 가구들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방 안에서, 짐 가방 세 개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쳐 놓아도 숨이 막히지 않았다. "여기선 마음껏 뛰어도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공간. 두꺼운 커튼을 치고 은은한 황금빛 조명을 켜면, 외부의 소음은 사라지고 우리 가족만을 위한 견고하고 따뜻한 요새가 완성된다. 아이들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어도 한눈에 들어오는 그 적당한 거리감은, 지친 부모에게 그 무엇보다 달콤한 휴식을 선사했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 뜻밖의 발견, 무엇이 가장 좋았을까?
둘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호텔 2층 바에 놓인 거대한 구리빛 증류기였다. 아이의 눈에 그것은 술을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먼 은하계에서 온 통신 장치나 아인슈타인의 비밀스러운 실험 도구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아빠, 여기서 진짜 로봇이 나와?"라고 묻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구리 관의 금속성 광택이 맺혔다. 나는 그저 그렇다고 맞장구쳐주었다.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아이의 상상력이 마음껏 유영하게 두는 것이 훨씬 값진 여행의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즐거움은 야외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의 자쿠지였다.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하얀 거품 속에 몸을 담그자, 11월의 찬 바람에 팽팽하게 긴장했던 피부가 말랑하게 풀렸다. 피부에 닿는 물의 무게가 포근한 이불처럼 느껴졌고, 습한 열기가 가득한 사우나에 잠시 앉아 있으면 여행 내내 곤두서 있던 신경이 느슨하게 이완되었다. 아이들의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물결을 타고 번질 때, 나는 비로소 완벽한 정적 속에서 짧은 명상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체크아웃 후에도 마음속에 일렁일 기억은 무엇일까?
바삭하게 씹히는 '강기 윤병'의 고소한 풍미와 창밖으로 보이던 광명공원의 빛바랜 가을 풍경일 것이다.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걷던 길, 코끝을 스치던 알싸한 가을 공기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가장 짙게 남을 기억은 잠들기 전, 커다란 침대에 온 가족이 엉켜 누워 있던 그 눅눅하고 따뜻한 공기다. 누군가의 발가락이 옆구리를 찔러 킥킥거리고, 첫째가 내 팔을 베개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던 그 찰나의 평온함.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Gu Hua Hua Yuan Fan Dian의 넓은 품 안에서 함께 뒹굴고,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었던 그 사소한 편안함이 아이들에게는 세상 그 어떤 화려한 관광지보다 큰 기억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거창한 계획보다 이런 소박한 안식처가 주는 힘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다.
노란 가로등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던, 그 포근한 저녁의 기억.
- 중리 야시장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현지 간식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 77 예술 마을의 일본식 가옥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가을 사진을 남겨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