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0, 붉은 기둥 사이로 흐르는 아침의 소란
식당의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그 아래로 웅장하게 뻗은 붉은 기둥들이 공간의 무게를 잡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궁전에 들어온 듯한 압도감 속에서, 우리 가족의 아침은 지극히 일상적인 소란으로 시작되었다. 첫째가 포크를 떨어뜨려 챙그랑 소리가 정적을 깼고, 둘째는 서툰 손길로 오렌지 주스를 컵 옆으로 흘려보냈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딤섬 찜기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안경알을 뿌옇게 덮었다. 손끝으로 가볍게 닦아내자, 다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현지 식재료의 깊은 풍미가 담긴 죽 한 그릇을 천천히 떴다. 코끝을 스치는 고소하고 따뜻한 향기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재잘거렸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간간이 느껴졌지만 그것조차 여행의 일부였다. 원래 가족 여행이란 적당한 소란과 약간의 민망함을 기꺼이 견뎌내는 일이니까. 9월의 타이베이 아침 공기는 여전히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식당 안을 감도는 쾌적한 에어컨 바람은 그 모든 끈적임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14:00, Yuan Shan Da Fan Dian, 무용한 시간의 안식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Yuan Shan Da Fan Dian 특유의 정돈된 나무 향과 은은한 리넨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문밖은 28도의 습한 열기가 도시를 집어삼킨 상태였다.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넓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피부에 닿자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다. 나 역시 그 곁에 천천히 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사치스러운 목적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두꺼운 카펫의 푹신한 질감 위로 아이들의 작은 발가락들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창밖으로는 타이베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지만, 나는 커튼을 반쯤 쳐서 빛의 양을 조절했다. 얇은 천을 통과해 걸러진 빛이 방 안을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들였다.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용한 시간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주는 심리적 해방감은 무엇보다 컸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누워있으니, 세상의 속도가 느려지다 못해 잠시 멈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19:00, 붉은 외벽과 푸른 물결의 변주곡
해 질 녘, 우리는 올림픽 규격의 웅장한 수영장으로 향했다. 25미터와 50미터의 직선 구간이 시원하게 뻗어 있는 그곳은 마치 도시 속의 거대한 오아시스 같았다. 아이들은 물속에 뛰어들자마자 날카롭고 경쾌한 비명을 질렀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는 적당했고, 매끄러운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9월의 저녁 바람이 조금씩 서늘한 기운을 띠기 시작했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피부 위로 증발하는 물기가 만들어내는 그 서늘함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둘째가 내 다리에 매달려 작은 물놀이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텐션을 높여 놀아줄 필요는 없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젖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유대감이 느껴졌으니까. 수영장 너머로 보이는 호텔의 붉은 외벽이 저녁 노을을 머금어 더욱 짙은 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한 물결을 타고 멀리 퍼져나갔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그런 저녁이었다.
22:00, 정적 속에 내려앉은 가족의 밤
폭풍 같던 아이들이 잠들었다. 방 안에는 이제 규칙적이고 낮은 숨소리만이 남았다. 나는 창가로 다가가 타이베이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검은 바다 위에 흩뿌려진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었다. 아내는 내 옆에서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굳이 언어로 내뱉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오늘 하루 우리가 함께 겪은 작은 소동들, 바닥에 흘린 주스의 얼룩, 수영장에서 튀어 오르던 하얀 물보라 같은 것들이 이제는 소중한 기억의 조각이 되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Yuan Shan Da Fan Dian의 묵직한 고가구들이 뿜어내는 고전적인 안정감이 방 안의 공기를 포근하게 채우고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예측 불가능한 소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이 너무나 달콤했다. 침대의 묵직한 무게감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기분 좋은 피로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이 평온한 밤의 일부가 되었다.
붉은 기둥 사이로 낮게 깔린 밤의 공기가 다정하게 우리를 감쌌다.
- 지하철 원산역에서 호텔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이동 시간을 줄이고 쾌적하게 도착할 수 있다.
- 올림픽 규격의 대형 수영장은 규모가 상당하므로, 아이와 동반할 경우 안전 요원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