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발소리가 붉은 카펫의 깊은 결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Yuan Shan Da Fan Dian의 복도는 지나치게 넓어 마치 끝이 없는 미로 같았고, 그 정적은 오히려 경건하기까지 했다. 둘째는 이곳이 정말로 왕이 사는 궁전이냐며 내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첫째는 호텔 가운을 망토처럼 어깨에 두르고 복도를 가로질러 달렸다. 몸보다 훨씬 큰 가운이 발끝에 걸려 휘청거릴 때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을 타고 공명했다. 그 작은 소란함이 호텔의 무거운 정적을 적당히 깨뜨려 주어, 나는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다.
침대에 몸을 뉘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 전해졌다. 오후 4시의 나른한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와 금빛 선을 긋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의 정교한 문양을 응시했다. 곁에서는 아내가 규칙적이고 낮은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창밖 도시의 소음은 아주 먼 곳의 이야기처럼 희미하게 들려왔다. 적당한 고립, 그리고 완벽한 평온.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충분한 휴식이었다.
셔틀버스의 낡은 가죽 시트에서는 오래된 시간이 밴 묵직한 냄새가 났다. 지하철 원산역에서 호텔로 올라가는 길, 엔진의 낮은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졌다. 창밖으로 타이베이의 회색빛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도심의 번잡함이 서서히 걷히고, 창틀 너머로 산의 짙은 초록색이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작은 손바닥을 창문에 딱 붙인 채 밖을 구경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이동이었다.
조식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죽 한 그릇. 숟가락을 깊게 넣자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간과 적당한 온기가 빈속을 다정하게 채웠다. 아이들은 과일 접시에 담긴 망고를 조심스레 집어 먹었다. 4월의 망고는 진한 달콤함보다는 풋풋하고 상큼한 산미가 더 강했다. 입안에 남는 쾌적한 잔향이 아침의 공기를 더욱 맑게 만들었다. 거창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함께 씹고 삼키는 그 단순한 행위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었다.
붉은 기둥과 화려한 금빛 장식들이 오후의 비스듬한 빛을 받아 찬란하게 일렁였다. Yuan Shan Da Fan Dian 특유의 궁전형 건축 양식이 만들어내는 처마 끝의 그림자가 바닥에 정교한 기하학적 무늬를 그려냈다. 4월의 햇살은 고운 가루처럼 공중에 흩날렸고, 그 빛의 틈새로 먼지들이 느릿하게 유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용한 관찰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주는 뜻밖의 즐거움이 있었다. 화려한 장식보다 그 사이를 채운 고요한 공기가 내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
방 한쪽에 놓인 은색 얼음 바스켓. 얼음 조각들이 서로 부딪히며 챙그랑거리는 맑은 소리를 냈다.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물을 붓자, 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다. 밖은 습하고 미지근한 봄의 기운이 가득했지만, 이 차가운 컵 하나로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바뀌는 기분이었다. 단순한 물리적 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서늘한 감촉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단번에 정돈해 주었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은 생각보다 훨씬 광활했다. 투명한 파란 물결 위로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파편처럼 튀어 올랐다. 물속에서 서로의 발을 잡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굴절된 빛 사이로 일렁였다. 나는 물가 벤치에 앉아 그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수영장 특유의 옅은 소독약 냄새와 살랑이는 봄바람이 섞여 코끝을 스쳤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오후였다.
아이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싱그러운 봄 냄새가 났다.
- 아이와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원산역에서 호텔까지 천천히 올라가며 풍경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 올림픽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물놀이하는 동안 벤치에 기대어 짧은 낮잠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