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이 만든 고요한 성벽
두꺼운 암막 커튼. 짙은 붉은색과 금색 자수가 정교하게 얽힌 무거운 천이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빳빳하면서도 밀도가 높아, 마치 오래된 궁궐의 문을 닫는 듯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천을 끝까지 치면 7월 타이베이의 끈적한 햇살이 단숨에 차단되며, 외부의 소음마저 집어삼키는 고요한 섬이 완성된다.
빛을 가린 틈새에서 나눈 대화
"지금 나가면 바로 땀 흘릴 것 같은데."
그가 커튼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나른하게 말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붉은 빛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셔틀버스는 15분 뒤에 온대. 수영장 가기로 했잖아."
"올림픽 규격이라며. 50미터나 된다는데, 굳이 지금 그 넓은 물속으로 들어가야 할까."
그는 다시 커튼을 쳐서 빛을 완전히 가렸다. 방 안은 순식간에 짙은 어둠에 잠겼고,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냥 여기 있자. 바람이 딱 좋아."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밖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였지만, 이 어둠 속에서는 서로의 숨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세상의 소음을 지워낸 붉은 경계선
`Yuan Shan Da Fan Dian`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지하철 원산역 1번 출구 앞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릴 때, 발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아스팔트의 열기가 지독했다. 습도는 76퍼센트. 공기는 젖은 수건처럼 무거웠고,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끈적였다. 하지만 셔틀버스가 호텔 정문에 도착하고 로비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세상의 온도가 바뀌었다. 붉은 기둥과 화려한 금색 장식이 어우러진 궁전 같은 외관은 마치 다른 시대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묵은 8층의 엘리트 스카이 룸은 생각보다 넓어, 침대에서 창가까지 걷는 거리만으로도 작은 산책이 될 정도였다. 방 안에서 작게 헛기침을 하면 소리가 낮게 울리는 그 정적 속에서, 셰즈 롱그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을 때의 안락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웰컴 티로 제공된 커피에서는 은은한 볶은 향이 났고, 컵을 쥐고 있으면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여행의 긴장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가장 좋았던 건 욕실의 수압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어깨에 닿는 느낌이 마치 숙련된 손길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았다. 스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한 압력이었다. 7월의 눅눅함을 씻어내고 나면, 피부에 닿는 수건의 포근함이 극대화되어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 무렵, 우리는 넓은 테라스로 나갔다. 낮 동안 달궈졌던 공기가 조금은 식어 있었다. 타이베이 시내의 야경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화려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분석하거나 감탄하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서서 밤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감각에 집중했다. 도시의 소음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왔고, 우리는 그 거리감 덕분에 서로에게 더 밀착될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결국 우리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25미터와 50미터가 교차하는 거대한 물의 공간. 푸른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을 때, 비로소 7월의 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물의 무게가 온몸을 감싸 안는 느낌. 50미터 레인을 천천히 헤엄치며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맞췄다. 빨리 갈 필요는 없었다. 그냥 물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그 두꺼운 커튼을 쳤을 때, 우리는 깨달았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뜨거운 세상으로부터 잠시 격리되어, 가장 편안한 상태로 서로를 관찰하는 일.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안온함이 되는 과정. `Yuan Shan Da Fan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흘러갔다.
창밖으로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 셔틀버스는 배차 간격이 촘촘하니 시간에 쫓기지 말고 여유롭게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 엘리트 스카이 룸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7월의 밤공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