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한 소동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물
묵직한 호텔 정문. 차가운 금속의 서늘함과 압도적인 무게감, 그리고 문이 열릴 때 나는 낮은 마찰음. 네 개의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요란하게 진입하던 우리의 소란함과 눅눅한 겨울 외투 냄새를 가장 먼저 맞이하며,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받아주었다. "와, 진짜 도착했다!"라는 외침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 우리의 무질서함을 묵묵히 견뎌낸 문이다.
바삭한 흰색 침구. 빳빳하게 다려진 면의 서늘한 촉감과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제 향, 그리고 몸을 감싸는 포근한 온기. 새벽 세 시까지 이어진 쓸데없는 논쟁과 낄낄거림을 모두 흡수한 곳이다. 누군가 몰래 뜯어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가 훈장처럼 남았고, 도시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 내일의 일정을 짜는 척하며 결국 잠들 때까지 수다만 떨던 우리의 게으른 밤을 지켜봤다.
웰컴 과일 바구니. 달콤하고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과육의 탱글탱글한 질감, 그리고 접시 위로 반사되는 노란 조명. 배고픔에 허덕이며 누가 먼저 집어먹을지 눈치싸움을 하던 찰나의 정적을 지켜봤다. 결국 가장 손이 빠른 친구가 바나나를 낚아챘고, 우리는 그 사소한 일로 10분 동안 투덜거렸다. "야, 내 거 아니었어?"라는 억울한 외침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리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욕실의 커다란 거울. 뜨거운 물기 어린 뿌연 김과 매끄러운 유리 표면, 그리고 욕실 가득 퍼진 비누 향. 등불 축제에 가기 전, 서로의 화장이 너무 과하다며 투덜대던 우리의 얼굴들을 비추던 무심한 유리판이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발을 담근 채, 누가 더 멍청한 표정을 짓는지 내기하던 순간의 굴욕적인 모습까지 모두 기록했을 것이다.
플라스틱 카드키. 손끝에 닿는 매끄럽고 딱딱한 질감과 가방 속에서 짤랑거리는 가벼운 소리. 외출할 때마다 누군가 반드시 잊어버려 프런트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던, 우리의 지독한 건망증을 기록한 작은 조각이다. 지하상가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빗방울을 피해 걷다가, 문득 키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그 황당한 표정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로비의 따뜻한 조명을 한 번 더 마주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 그들은 우리를 '회생 불가능한 소란함의 집합체'라고 정의할 것이다. 계획은 늘 거창했지만 결과는 늘 침대 위에서의 뒹굴거림이었으니까. 하지만 조식 뷔페의 면 요리를 접시에 가득 담아오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이나, 중식당의 해산물 요리에 감탄하던 표정은 기억할 것이다. Tai Bei Kai Sa Da Fan Dian의 방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우리의 무용한 농담과 엉뚱한 내기들이 안전하게 보관되었던 커다란 보석 상자 같았다. 습한 2월의 타이베이 거리에서 젖은 신발을 신고 돌아와, 서로의 꼴을 보며 웃던 그 시간들이 꽤 괜찮았다고 물건들은 조용히 증언해 줄 것 같다.
빗물 고인 웅덩이에 등불 축제의 화려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 조식 뷔페의 면 요리 코너는 필수. 뜨끈한 국물이 겨울 아침의 습기를 지워준다.
- 호텔과 연결된 지하상가를 이용하면 갑작스러운 겨울비에도 쾌적하게 시내 구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