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믿은 놈이 이번 여행의 범인이다"
"야, 진짜 비 안 온다며!" 누군가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기상청이 그랬어! 내 말이 아니라!"
"지금 네 운동화에서 찰팍찰팍 물소리 나거든? 거의 수중 생물 수준인데?"
우리는 서로의 엉망진창인 몰골을 보며 동시에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6월 타이베이의 끈적한 습기와 섞인 망고 셰이크의 서늘한 단맛이 혀끝을 자극했고, 얼음 알갱이가 씹힐 때마다 짜증 섞인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번 여행 테마가 '탐험'이라더니, 그냥 '수중전'이었네!" 빗방울이 섞인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우리는 그 무모함이 주는 쾌감에 취해 있었다.
소음의 파도를 넘어 도착한 정적의 섬
시먼역의 소란스러운 인파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를 뚫고 Jie Si Lv Tai Bei Xi Men Guan의 문을 여는 순간, 밖의 눅눅한 공기는 거짓말처럼 증발했다. 피부에 닿는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와 함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스치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우리가 묵은 당대풍의 객실은 세련된 무채색 톤에 오렌지색 베개가 포인트처럼 놓여 있어, 마치 무채색 도시에 떨어진 작은 귤 하나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주었다. 셋이서 커다란 캐리어를 다 풀어헤쳐도 발 디딜 틈이 넉넉한 공간감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세면대와 샤워실, 변기가 각각 분리된 효율적인 구조 덕분에, 한 명이 씻는 동안 다른 이는 양치를 하고 또 다른 이는 옷을 갈아입는 완벽한 분업이 가능했다.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서로의 수다로 채워졌다. 객실 내 작은 냉장고에 시원한 캔맥주와 음료를 채워 넣으며 우리는 비로소 이 도시의 일부가 된 기분을 느꼈다. 창밖으로는 시먼딩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일렁였지만,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내부는 완벽한 고요의 영역이었다. 호텔 내 '노 바운더리' 공간의 나른한 조명 아래서 우리는 내일의 계획 없이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고, 핑크빛 '칼레이도스코프' 공간에서는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찍어주며 낄낄거렸다. 완벽한 사진을 건지려는 욕심보다, 셔터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더 중요했다. 다음 날 아침, '저스트 카페'에서 풍겨오는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한 향과 따뜻한 조식은 6월의 끈적한 아침을 깨우는 다정한 신호였다.
새벽 두 시,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진심
"우리 진짜 졸업하냐?"
포근한 흰색 시트 속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녀석이 천장을 보며 나직이 물었다. 방 안에는 스탠드의 은은한 노란 조명만이 낮게 깔려, 우리의 그림자를 벽면에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글쎄. 서류상으로는 그렇겠지."
"무섭진 않아? 내일부터는 진짜 어른이라는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끝에 닿는 보들보들한 침구의 감촉을 느끼며 대답했다.
"음. 일단 이 침대가 너무 편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
"맞아. 여기 누우면 세상 모든 고민이 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
우리는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내일 먹을 아종면선의 뜨거운 국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기대어 천천히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시끄러운 시먼딩의 밤이 창밖에서 파도처럼 일렁였지만, 방 안의 공기는 솜사탕처럼 포근했다.
창밖의 빗소리가 멎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수채화처럼 번졌다.
- 아종면선에서 뜨거운 국수를 먹고 호텔의 서늘한 침대에 몸을 던지기.
- '노 바운더리' 공간에서 시먼딩의 활기를 구경하며 나른한 오후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