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분홍빛 거울의 숲, '칼라이도스코프'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에 걸린 듯 멈춰 섰다. 사방이 온통 진한 분홍색으로 일렁였다. 아이는 거울 속에 끝없이 증식하는 자신의 모습을 하나, 둘, 셋,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기 시작했다. 이내 숫자를 잊어버린 아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분홍색 세상이 함께 회전했다. 벽에 부딪힐 뻔한 아이를 급히 붙잡았을 때,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거울 벽을 타고 수십 번 튕겨 나오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저 그 색깔이 좋았을 뿐인데, 아이의 세계는 순식간에 분홍빛 환상으로 물들었다.
셋이서 묵는 Jie Si Lv Tai Bei Xi Men Guan의 객실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면서도 생각보다 넉넉했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에 놓인 선명한 오렌지색 베개가 시선을 끌었다. 그 위에 몸을 던지자, 면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에 닿으며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침대에서 창가까지는 가벼운 다섯 걸음. 오늘은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온전히 누워 있기로 마음먹었다. 세면대와 변기, 샤워실이 꼼꼼하게 분리된 구조 덕분에 아침마다 벌어지는 작은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작은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음료 한 모금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창밖에서는 6월의 타이베이가 특유의 습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예고 없이 쏟아진 소나기가 뜨거운 아스팔트를 때렸고, 그 위로 하얀 김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창문을 닫았음에도 눅눅한 공기가 틈새를 타고 스며들었지만, 실내를 감싸는 에어컨 바람은 더없이 쾌적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엠알티 시먼역의 희미한 소음이 마치 도시의 배경음악처럼 낮게 깔렸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가만히 누워 있자니, 소란스러운 도시 한복판에서 누리는 이 정적이 꽤 달콤하게 느껴졌다.
'저스트 카페'에서의 조식 시간. 접시 위에 정갈하게 쪄낸 채소와 버섯을 담았다. 작은 종지에 담긴 순수 꿀을 갓 구운 빵에 듬뿍 발랐다. 끈적하고 진한 달콤함이 혀끝에 감돌았고, 뒤이어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온몸을 부드럽게 깨웠다. 아이들은 요거트에 알록달록한 과일을 섞어 먹느라 입가에 과즙을 묻힌 채 분주했다. 화려한 메뉴는 없었지만, 재료 본연의 정직한 맛이 느껴지는 식사였다. 적당히 채워진 포만감과 함께, 다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다.
오후의 나른한 빛이 얇은 하얀 커튼을 통과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빛은 바닥 위에 길쭉한 사각형의 지도를 그려놓았고, 공중에 유영하는 작은 먼지들이 그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커튼 너머의 시먼딩은 여전히 사람들의 외침과 음악 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다른 세상 같았다. 소란함 속에 숨어 있는 고요함, 그 극명한 대비가 주는 안도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Jie Si Lv Tai Bei Xi Men Guan의 방은 도심 속의 작은 섬이었다.
로비 벽면에는 시먼딩의 거리 예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의 강렬한 색채들이 서로 엉켜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아이들은 그 화려한 벽화 앞에서 저마다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웃었다. 로비 한쪽 스낵 바에서 집어 든 작은 과자를 입에 넣자 바삭거리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체크아웃을 앞두고 아이들이 옷에 과자 부스러기를 묻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무심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꽤 괜찮게 다가왔다.
'노 바운더리'라는 이름의 공용 공간에 셋이 나란히 모여 앉았다. 각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한 공간의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충만했다. 첫째는 책 속에 빠져들었고, 둘째는 멍하니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를 천천히 들이켰다. 서로 아무런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신뢰였다. 가족이란 가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완성되는 것 같다. 6월의 열기가 조금씩 잦아드는 시간이었다.
현관문을 나서자 다시 눅눅하고 뜨거운 여름 공기가 우리를 포근하게 맞이했다.
-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저스트 플레이' 공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 3인 가족이라면 공간 효율과 안락함을 모두 잡은 럭셔리 3인실 객실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