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옅은 회색빛이다. 2월의 타이중은 낮은 안개가 도시의 경계를 지워버린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당 안은 이미 아이들의 높은 목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하다. 첫째가 서투르게 팬케이크 위에 시럽을 쏟아내자 끈적한 달콤함이 공기 중에 퍼지고, 둘째는 포크를 든 채 멍하니 창밖의 흐릿한 풍경을 응시한다. 커피 머신이 내뿜는 웅웅거리는 진동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평소라면 피하고 싶었을 이 무질서한 소란함이, 이곳에서는 묘하게 다정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머금으며 아이들의 투덜거림을 가만히 관찰한다. 안개 때문에 세상의 끝이 보이지 않아 그런 걸까. 식당 안의 이 소란스러운 생동감만이 유일하고 선명한 실재처럼 다가온다. 아이들의 입가에 묻은 시럽을 닦아주며 생각한다.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아니 이 정도의 무질서라면 충분히 사랑스럽다고.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아침이다.
14:00, 카펫 위로 무너져 내린 오후의 정적
외부의 자극에 온몸을 내맡겼다 돌아오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방전된다. Zhong Ke Da Fan Dian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바닥으로 툭, 무너져 내린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촉감이 묵직하고 보송하다.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는 두툼한 재질 덕분에 아이들이 뒹구는 소리조차 뭉툭하게 들려온다. 가족실 특유의 넓은 공간감과 독립된 거실 공간은 짐 가방을 여기저기 펼쳐놓아도 여유가 넘쳐, 마음의 긴장까지 함께 느슨하게 만든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규칙적인 심장 박동처럼 들려오는 시간. 첫째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고른 숨을 내뱉고, 둘째는 카펫 위에 엎드려 작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자신만의 세계에 고요히 머물러 있다. 여행지에서 가장 무용한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쾌적한 회복의 순간이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이 푹신한 바닥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온도와 안락한 정적이 오후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내린다.
19:00, 숯불 향과 회전목마가 주는 위로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 바로 아래에 있는 라오징 바비큐로 향했다. 숯불의 매캐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옷깃에 진하게 스며든다. 지글거리는 고기 굽는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섞여 활기찬 밤의 리듬을 만든다. 아이들은 잘 익은 고기 한 점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짓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식후에는 호텔 옆 민속공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2월의 밤공기는 서늘하지만, 걷다 보니 아이들의 손등에 닿는 공기가 미지근하게 느껴질 만큼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때 호텔 입구에서 화려한 조명을 내뿜는 회전목마가 시야에 들어온다.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건조한 정체성 속에 툭 떨어진 동화 같은 풍경. 그 이질적인 조화가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들은 다시 에너지를 찾은 듯 목마를 타겠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느리고 일정하게 돌아가는 목마의 궤적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엉켜 있던 소음들도 함께 느려지는 기분이 든다. 적당히 배부르고, 적당히 걷고, 적당히 웃었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밤이다.
22:00, 욕조 속에 잠긴 온전한 나의 시간
아이들이 잠든 방 안에는 이제 낮은 숨소리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자, 뽀얀 김이 시야를 흐릿하게 덮으며 공간을 채운다.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정적을 메우고, 몸을 깊숙이 담그자 피부에 닿는 온기가 묵직한 담요처럼 온몸을 감싸 안는다. 넓은 욕조 덕분에 무릎을 굽히지 않고 쭉 뻗을 수 있어, 하루 종일 긴장했던 근육들이 비로소 이완된다. 눈을 감으면 오늘 하루의 조각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른다. 쏟아진 시럽의 달콤함, 카펫 위에서 잠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 그리고 밤공기를 가르며 돌던 회전목마의 불빛들. 특별한 사건도, 거창한 깨달음도 없었다. 다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쾌적했다는 단순한 사실만이 가슴 속에 남는다. 물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할 때쯤 몸을 일으켜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피부를 감싼다. 내일은 또 어떤 소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는 기대하기보다 그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으니까.
안개 속에서 천천히 돌아가던 회전목마의 잔상이 밤의 끝자락에 남는다.
- 라오징 바비큐는 대기 줄이 매우 길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 호텔 옆 민속공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후, 결제 시 호텔 통번호를 입력하면 환불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