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닿는 호텔 가운의 빳빳하고 서늘한 감촉,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제 향기가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하얀 천이 몸을 감쌀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은 마치 낯선 도시가 건네는 첫 번째 환대처럼 다정했다. Yong Feng Zhan Jiu Dian의 객실 문을 열 때 들리는 묵직한 열쇠의 금속성 마찰음은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아날로그적인 설렘을 더했고, 문 너머로 펼쳐진 넓은 공간은 우리를 포근하게 품어주었다. 15층 창밖으로 내려다본 2월의 타이중은 옅은 안개에 잠겨 채도가 낮은 회청색 수채화처럼 번져 있었다. 도시의 소음은 두꺼운 유리창에 가로막혀 아득한 웅성거림으로 변했고, 그 정적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두툼한 이불의 무게감은 누군가 나를 가만히 눌러주는 안도감과 닮아 있었다. 면의 서늘함이 금방 체온으로 채워지는 그 짧은 찰나,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가만히 숨을 골랐다. 긴장이 풀리는 감각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펴는 것과 비슷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맺혀 있던 팽팽한 공기가 흩어지고, 폐부 깊숙이 타이중의 건조한 겨울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가슴팍이 넓게 열리며 마음속에 고여 있던 소란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뷔페에서 마주한 갓 구운 빵의 온기와 혀끝에서 진득하게 녹아내리는 버터의 풍미는 잠들어 있던 감각을 부드럽게 깨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 정말 오길 잘했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너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네 손등 위에 내 손을 가만히 겹쳤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더 깊게 마음을 파고들었다. 호텔 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 보이는 은행의 정갈한 모습과 로비 스타벅스에서 풍겨오는 볶은 원두의 쌉싸름한 향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시청과 과학박물관, 그리고 초우도까지 이어지는 길은 2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그 시간은 우리가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다정한 연습 시간이었다. 17도의 쾌적한 공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걷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을 구경하며 걷는 일은 무용해 보였지만, 그 무용한 시간이 우리를 가장 충만하게 만들었다. 다시 돌아온 방, 푹신한 카펫 위를 걷는 발바닥의 포근한 느낌을 지나 욕조에 몸을 담갔을 때, 피부를 감싸는 물의 온도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했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비로소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발끝부터 서서히 퍼지는 온기가 전신을 감싸 안았고, 침대 헤드에 기대어 읽다 만 책장을 넘기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Yong Feng Zhan Jiu Dian의 하얀 시트 위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가만히 머물렀던 그 밤, 우리는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아 있었다. 2월의 타이중, 그 고요한 풍경 속에 남겨진 우리의 잔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 로비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사서 초우도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15층 이상의 고층 객실을 선택해 안개 낀 타이중 도심의 전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