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벽 위로 얹어진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Yi Da Qi Che Lv Guan의 외관은 꾸밈없이 정직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정갈한 첫인상이 먼저 다가왔고, 우리는 약속된 우리만의 독립된 차고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셔터가 천천히 내려가며 외부의 소음을 단절시키는 순간, 둔탁한 금속음이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어내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이제 정말 우리뿐이네." 나직하게 뱉은 말 한마디에 안도감이 섞여 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졌다. 너무 넓지도,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 쾌적하게 조율된 공기 사이로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커다란 수압 마사지 욕조였다. 3월의 타이중 공기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기에, 욕조 가득 채운 뜨거운 물의 촉감은 더욱 선명하고 달콤했다. 촘촘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근육들이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뭉친 피로를 씻어내는 감각보다, 그저 물속에 가만히 누워 낯선 천장의 무늬를 응시하는 그 무용한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침대는 예상보다 단단했다. 누군가는 딱딱하다고 느낄 법했지만, 내게는 허리를 정직하게 받쳐주는 든든한 지지대 같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에 몸을 맡겼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창틈으로 스며드는 3월의 오후가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관찰했다.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서 벗어나 작은 상자 속에 숨어든 기분. 그 안락함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 같았다.
오후 11시, 소란한 도시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폭신한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섰다. 한시 야시장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3월의 밤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길가에는 사람들의 활기와 기름진 음식 냄새가 눅눅하게 뒤섞여 있었다. 우리는 인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걸었다. 누군가는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지만, 우리는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길거리에서 산 작은 간식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세밀하게 맞췄다.
야시장의 소음은 강렬한 원색 같았다. 상인들의 거친 외침, 튀김 솥에서 터지는 요란한 소리, 낯선 이들의 웃음소리. 그 소란함 속에 깊숙이 섞여 있다 보니, 역설적으로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한 입체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다시 그 지독한 정적이 그리워졌다. 우리는 다시 10분을 걸어 Yi Da Qi Che Lv Guan이라는 우리만의 작은 안식처로 돌아왔다.
차고 셔터를 올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방 안의 고요함은 야시장의 소음과 대비되어 더욱 깊고 짙게 느껴졌다. 마사지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눈을 감았다. 기계적인 압력이 몸의 마디마디를 꾹꾹 누를 때, 비로소 이번 여행의 리듬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 도시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오직 서로의 존재감만이 남았다.
다음 날 아침 7시, 차고 앞 전용 보관함에 놓인 조식을 발견했다. 갓 준비된 음식의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우리는 셔터를 아주 조금만 열어둔 채, 그 좁은 틈새로 쏟아지는 3월의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했다. 화려한 뷔페는 아니었지만, 외부와 격리된 우리만의 공간에서 나누는 소박한 아침은 그 어떤 성찬보다 풍요로웠다. 다시 짐을 챙겨 셔터를 올리고 세상 밖으로 나갈 때, 우리는 서로를 보며 살짝 웃었다. 다시 이곳으로 숨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물기가 남은 타일 위에 나란히 놓인 두 켤레의 슬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