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에 걸린 듯 멈춰 섰다. 17층 높이의 거대한 서가가 천장 끝까지 닿아 있는 모습은 마치 책으로 지은 숲 같았다. 아이는 고개를 완전히 젖힌 채, 쏟아질 듯 쌓인 책들의 권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작은 입술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다 투명한 유리 엘리베이터가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스르륵 올라가는 모습에 금세 마음을 빼앗겨 그쪽으로 달려갔다. 아이의 가벼운 발소리가 차갑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로 경쾌하게 튀어 올랐다. Yu Yuan Hua Yuan Jiu Dian의 첫인상은 그렇게 압도적인 높이와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이 교차하는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180센티미터 너비의 침대에 몸을 깊숙이 던졌다. 210센티미터의 넉넉한 길이는 발끝이 닿지 않을 만큼 여유로웠고,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아이들이 옆에서 뒹굴며 장난을 쳐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공간. 누군가와 억지로 밀착되지 않고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아, 이제야 정말 쉬는구나.' 그냥 그렇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방 안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층층이 쌓여갔다. 넓은 객실 덕분에 소리가 먹먹하게 갇히지 않고, 맑은 공기를 타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복도 너머로 들려오는 낮은 발소리와 간간이 섞이는 다른 가족들의 낮은 웅성거림. 그 소음들은 오히려 적막을 메워주는 적당한 온도가 되어 돌아왔다. 소란스러웠지만, 그 소란함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공간이 주는 여유가 마음의 여유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윈저 카페에서 맛본 송엽게 다리 살은 혀끝에 닿자마자 짭조름한 바다의 풍미를 터뜨렸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섬세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이어 로즈 베이커리에서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이켜자, 9월의 미지근한 바람이 남긴 끈적임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접시에 담긴 알록달록한 과일들의 색깔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맛에 대해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함께 나누는 이 공기와 맛, 그 자체가 이미 정답이었으니까.
16층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은 비스듬하고 나른했다. 바닥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시계바늘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밖으로는 타이중 시내의 고층 건물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매끄러운 푸른색이었다. 그 빛의 조각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되었다. 9월의 공기는 적당히 건조했고, 시야는 더없이 쾌적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물화처럼 느껴졌다.
책상 위에 놓인 마그네틱 충전기에 휴대폰을 툭 올려두었다. '찰칵', 하고 자석이 맞물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충전 표시가 떴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사소한 편리함, 그 작은 접촉 하나가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복잡한 설정 없이 그저 붙이면 되는 단순함. 여행에서는 그런 단순함이 가장 절실한 법이다. 이어 들어선 욕실에서 Yu Yuan Hua Yuan Jiu Dian 특유의 강력한 수압의 샤워기를 틀자, 마사지하듯 쏟아지는 물줄기가 하루의 피로를 시원하게 씻어내 주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깊숙이 담갔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들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아이들이 하얀 거품 놀이를 하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욕실 안에 몽글몽글하게 퍼졌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대화들이 오갔고, 우리는 그저 함께 따뜻한 물속에 잠겨 있었다. 거창한 의미나 계획을 찾지 않아도 괜찮았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한 밤이었다.
창가에 남은 온기가 기분 좋게 살결을 스쳤다.
- 호텔 근처의 추홍구 생태공원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천천히 가을 산책을 즐겨보길 권한다.
- 제2시장의 아치 삼대 복주 의면에서 쫄깃하고 진한 면발의 식감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