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책장 숲과 투명한 우주선으로의 초대
로비 카페트 위에 이름 모를 플라스틱 공룡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군가 흘리고 간 작은 상실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것이 이 거대한 성의 파수꾼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8월의 타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습했다.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던 열기를 뒤로하고 Yu Yuan Hua Yuan Jiu Dian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젖은 살결을 매끄럽게 씻어내렸다. 첫째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멈춰 섰다. 17층 높이까지 끝없이 뻗어 있는 거대한 서가가 아이의 눈에는 단순한 책장이 아니라, 정복해야 할 거대한 지식의 절벽처럼 보였을 것이다. "우와, 저기 꼭대기에는 누가 살아?" 아이는 고개를 한참이나 젖힌 채 압도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어 올라탄 투명한 유리 엘리베이터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바닥과 벽이 모두 투명한 그 공간 속에서 둘째는 자신이 은하계를 여행하는 우주선에 탔다고 믿었다.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아이의 작은 손바닥이 유리창에 찰싹 붙었고, 아래로 점점 작아지는 사람들의 정수리를 보며 아이는 킥킥거렸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효율적인 수직 이동일 뿐인 공간이, 아이에게는 세상의 높이를 측정하고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탐험의 시작점이 되었다.
11평의 작은 우주와 달콤한 게 살의 기억
객실 문을 열자 11.2평의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어른의 기준으로는 적당한 크기였지만, 아이들에게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넓은 운동장이었다. 180센티미터 너비의 거대한 침대는 아이들이 마음껏 다이빙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질 때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머금었다. 첫째는 침대 옆 마그네틱 충전 패드 위에 스마트폰이 '착' 하고 달라붙는 소리에 매료되었다. 단순한 자석의 원리였지만, 아이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끌어당기는 마법이라고 불렀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자 둘째는 작은 플라스틱 배를 띄우고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했다. 찰랑이는 물결이 욕실 타일에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냈고, 아이의 웃음소리는 습기 어린 공기를 타고 몽글몽글하게 피어올랐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지하 1층 윈저 카페로 향했다. 8월의 열기를 완전히 잊게 만드는 시원한 실내에는 고소한 버터 향과 다채로운 음식의 내음이 가득했다. 특히 산처럼 쌓인 마츠바 게 다리 요리는 아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게 다리를 뜯는 법을 몰라 한참을 씨름하며 손가락 끝이 끈적거리고 입가에 붉은 소스가 묻었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마침내 껍질을 벗겨낸 하얀 살코기의 달큰하고 짭조름한 맛이 혀끝에 닿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뷔페의 화려한 가짓수보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그 말랑한 게 살의 촉감과 옆자리에서 함께 소동을 피우던 다른 가족의 유쾌한 웃음소리였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로즈 베이커리에서 교환한 시원한 홍차 한 잔이 입안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씻어냈다. 무용한 소란함이 가득한 식탁이었지만, 사실 그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u Yuan Hua Yuan Jiu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아이들의 작은 발견들로 촘촘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소란이 잦아든 밤, 오직 나만을 위한 고요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180센티미터 너비의 넓은 침대 위에서 두 아이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엉킨 채로 고르게 숨을 쉬고 있었다. 폭풍 같은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천천히 16층 창가로 다가갔다. 통유리 너머로 타중의 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낮 동안의 소란스러웠던 도시는 이제 낮은 조도의 오렌지빛 조명들로 바뀌어 고요하게 숨 쉬고 있었다. 8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무거웠지만,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내 공간은 쾌적하고 평온했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가만히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고, 바닥에 쏟아진 주스를 닦아내고, 딱딱한 게 껍질을 대신 까주는 수고로움의 연속. 하지만 그 수고로움 끝에 찾아오는 이 짧고 강렬한 정적이 너무나 달콤했다. 잘 관리된 시트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팔뚝에 닿았다. 특별한 사건도, 대단한 깨달음도 없었다. 그저 좋은 침대에서, 가장 편안한 온도의 공기를 마시며,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서 곤히 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굳이 힘내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필요 없는 밤이었다. 그냥 지금 이 상태가 좋았다.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이 깨어나 '우주선'을 타자고 조를 것이고, 나는 다시 기꺼이 그 사랑스러운 소란함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나쁘지 않은,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밤이었다.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밤의 정적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 펑자 야시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대만의 활기찬 거리 음식을 탐험해 보세요.
- 1층 로즈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과 시원한 음료를 챙겨 객실에서 오붓한 간식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