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사소하고도 무모한 내기를 했다.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을 것인가. 결과는 허무하게도 셋 다 패배였다. 구글 지도는 갈팡질팡하며 방향을 잡지 못했고, 우리는 타이중의 낯선 골목 한복판에서 서로의 서툰 감각을 확인하며 낄낄거렸다. 12월의 공기는 바짝 말라 있었다. 습기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운 것은 옅은 흙내음과 어느 집 열린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구수한 차 끓이는 냄새였다. 기온은 섭씨 18도. 외투의 깃을 세워야 할지, 아니면 가볍게 걸쳐야 할지 망설이게 만드는 그 애매하고도 다정한 온도. 보도블록의 틈새에 캐리어 바퀴가 걸릴 때마다 '덜컥'거리는 소리가 엇박자로 겹쳐 들려왔다. "그냥 이대로 계속 가볼까?" 누군가의 제안에 우리는 목적지를 지웠다. 힘내서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순간, 그 무용함이 주는 해방감이 이번 여행의 진짜 시작이었다.
거대한 유리 상자가 건네는 환대
한참을 헤매다 마주한 Taichung One Hotel은 마치 도시의 소음을 투명하게 걸러내는 거대한 유리 상자 같았다. 건물 전체를 감싼 유리 커튼월은 12월의 낮은 햇살을 받아 잘게 부서뜨리고 있었다. 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 외벽은 때로는 서늘한 은색으로, 때로는 깊은 바다 같은 옅은 푸른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는 그 압도적인 빛의 흐름에 이끌리듯 로비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지하 1층 레스토랑까지 시원하게 뚫린 높은 층고가 우리를 맞이했다. 천장이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어, 좁은 골목에서 짓눌려 있던 마음의 구석들이 한꺼번에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높은 천장 아래로 사람들의 낮은 말소리가 안개처럼 깔렸고, 화려한 장식보다 더 강렬한 공간의 부피감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체크인을 하며 우리는 서로의 짐 속에 든 쓸모없는 물건들을 두고 유치한 다툼을 벌였다. 읽지도 않을 책 세 권을 챙겨온 나의 가방을 보며 친구들은 웃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용한 취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누워있음으로써 완성되는 완벽한 휴식
객실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침대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육중한 몸을 깊숙이 받아내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주변으로 흩어져 각자의 영역을 표시했다. 방 안의 공기는 쾌적했고, 창밖으로는 타이중의 도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지만 우리는 커튼을 반쯤 닫아 적당한 어둠을 만들었다. 이 방의 진정한 주인공은 침대 옆에 놓인 안락의자였다. 몸을 깊숙이 파묻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각도. 그곳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텔레비전을 켰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투사 기능을 이용해, 누군가 추천한 쓸데없지만 웃긴 영상들을 함께 보며 뒹굴었다. 밖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화려함이 흐르고 있었지만, 우리는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배달 음식을 시켜 침대 위에서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흑역사를 안주 삼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 아니라 '누워있기'가 되는 순간, 비로소 완전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빳빳하고 서늘한 호텔 시트의 감촉, 적당한 실내 온도, 그리고 곁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 억지로 무언가를 발견하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여기 함께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성공적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늦게 깨어나기로 했다.
- 로비의 압도적인 층고 아래에서 도시의 소음을 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보길 권한다.
- 객실의 투사 기능을 활용해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침대 위에서 온전한 게으름을 만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