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타이중은 섭씨 25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무심하고도 다정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갓 짜낸 비단처럼 매끄러웠고, 그 공기 속에는 이름 모를 계절의 끝자락이 섞여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Taichung One Hotel의 외벽은 거대한 유리 커튼월로 이루어져 있어, 옅은 푸른색의 하늘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구름이 아주 천천히,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밀어내는 것처럼 흘러갔다. 거울 같은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어디까지이고 풍경이 어디서부터인지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묘한 감각에 휩싸인다. 그 모호함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압도적인 층고는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마시게 했고, 일상의 소란함이 높은 천장을 향해 가볍게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억지로 맞추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속도로 걷다가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아주 살짝, 입가에만 미소를 띄웠다. 객실로 올라가 짐을 풀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의자 하나였다. 몸을 깊숙이 기대자 등 근육의 긴장을 정확히 읽어내고 부드럽게 받아주는 안락함이 전해졌다. 우리는 그 의자에 나란히 앉아 한동안 침묵했다. 방 안에는 낮은 조명과 함께 TV에서 넷플릭스가 돌아가고 있었고,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방 안의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그 빛의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대화들을 주고받았다. "여기 꽤 괜찮네." "응, 나쁘지 않아." 그 정도의 긍정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제2시장의 낡은 아치형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공기 중에 섞인 오래된 나무의 눅눅한 냄새와 진한 음식 향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코끝을 자극했다. 아치 삼대 복주 의면의 가게 앞에 섰을 때,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 냄새가 훅 끼쳐왔다. 짭조름한 고기 고명과 쫄깃함이 살아있는 면발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묵직한 저항감이 꽤 즐거웠다. 맛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소통이 되었다. 오후에는 추홍곡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빌딩 숲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초록색 구멍 같은 공간이었다. 나무 데크 길을 밟을 때마다 나는 규칙적인 '탁, 탁' 소리가 우리 사이의 정적을 적당한 리듬으로 메워주었다. 우리는 손을 잡을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아주 천천히 손가락 끝부터 맞닿았다. 어떤 거창한 약속이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지금 이 온도가, 이 습도가,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다시 마주한 Taichung One Hotel의 유리 벽에는 어느덧 짙은 노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보라색과 주황색이 겹겹이 쌓인 하늘이 건물 외벽에 그대로 투영되어, 마치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그 의자에 몸을 깊숙이 맡겼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이 전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 무용한 시간 속에서 발견한 이 작은 안온함이 이번 여행의 전부였다. 10월의 타이중은 그렇게 적당했고, 우리는 그 적당함 속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 도심 속 초록색 오아시스, 추홍곡 생태공원의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제2시장에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아치 삼대 복주 의면의 깊고 고소한 맛을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