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 둘뿐인 기분이야"
"정말 우리 둘뿐인 기분이야."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대답 대신 차고 문이 천천히 내려오는 육중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쿵, 하고 묵직한 금속음이 울려 퍼지며 외부의 소음이 단숨에 차단되었다. 1월의 타이중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뺨을 스쳤던 건조한 바람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의 것이 되었다. 우리는 잠시 정적 속에 서 있었다.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 차가운 공기 속에 부유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빚어낸 다정함
무거운 겨울 코트의 단추를 하나씩 풀자, 어깨를 짓누르던 하루의 긴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Shu Xia Jing Pin Qi Che Lv Guan의 객실은 정갈하면서도 아늑한 은신처 같았다. 현대적인 톤의 가구들이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배치되어 있었고, 발바닥에 닿는 매끄러운 타일의 서늘함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깨웠다. 방 한편에 마련된 작은 젠 스타일의 정원은 도심 속의 작은 섬처럼 고요했고, 그곳에 떨어지는 은은한 조명은 우리의 대화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었다. 커다란 평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음악 소리가 공간의 여백을 채웠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우드 향이 감돌아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가장 깊은 휴식은 마사지 욕조에서 찾아왔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담그자, 17도의 서늘한 바깥 기온을 기억하던 피부 위로 온기가 스며들며 굳어 있던 근육들이 느슨하게 풀렸다. 보글거리며 올라오는 미세한 기포들이 피부를 간지럽히는 감각에 집중했다.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물의 온도가 적당했고,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물속에서 손가락 끝만 까딱거리는 그 무용한 시간이 오히려 가장 다정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 거세된 온전한 우리만의 관계를 회복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방 안을 채운 것은 갓 튀겨낸 해시브라운의 짭조름한 향과 따뜻한 커피의 짙은 내음이었다. 맥도날드로 제공된 소박한 조식이었지만, 눅눅함 없이 바삭하게 씹히는 감자의 질감이 입안에서 기분 좋게 맴돌았다. 창문을 살짝 열자 대강 풍경구 쪽에서 불어오는 투명하고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 왔다. 1월의 타이중은 시야가 멀리까지 닿을 만큼 투명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짐을 챙겼다. 다시 코트의 단추를 잠그고 문을 나설 때,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이 발걸음에 실렸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겹쳐 보이던 겨울 산의 능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 아침에 나오는 따끈한 해시브라운, 식기 전에 같이 나눠 먹자.
- 대강 풍경구의 찬 공기를 듬뿍 쐬고 돌아와 따뜻한 욕조에 몸을 녹여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