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 낯선 이가 나지막이 흥얼거리던 조금은 엇나간 콧노래가 공기 중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리듬을 따라 도착한 Tai Zhong Shun Tian Huan Hui Jiu Dian의 로비는 은은한 우디 향과 함께 우리를 맞이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선 디럭스 룸은 온통 차분한 카멜색의 온기로 가득했다. 발바닥에 닿는 대리석 바닥의 서늘한 감촉이 몽롱한 정신을 깨웠고, 그 위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은 침대 시트의 미세한 주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짚어내며 공간의 부피를 증명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천장의 무늬를 쫓았다. "여기,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아."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 속에 스며들었고, 나는 그 무용한 평온함이 좋아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욕조에 물을 채우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을 메우고, 함께 제공된 해염을 풀어 넣자 물결이 우윳빛으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매끄러운 감각이 전해지던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호흡이 겹치는 속도를 가만히 느꼈다. 저녁 무렵 제2시장에서 맛본 복주식 의면의 짭조름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질감은 혀끝에 오래도록 남아 도시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21층 루프탑 인피니티 풀에 몸을 담그자, 타이중의 스카이라인이 마치 거대한 장난감 상자를 엎어놓은 듯 발아래로 펼쳐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전조등이 작은 빛의 알갱이가 되어 흐르는 풍경을 보며, 우리는 무언가 대단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품고 있는 물의 온도는 다정했고 그 온도 차이가 오히려 우리가 살아있음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호텔 내 스파에서 뭉친 근육을 풀어내며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피로를 읽어내었다. 다음 날 걸었던 추홍곡 생태공원의 눅눅한 흙 내음과 나무 데크를 밟는 규칙적인 발소리는 우리 사이의 거리를 가장 적절한 간격으로 맞춰주었다. 습도 74퍼센트의 눅눅함마저 다정하게 느껴지던 날씨 속에서, 당신의 보폭에 내 걸음을 맞추는 일은 그 자체로 작은 여행이었다. 층고 높은 레스토랑에서 마신 커피의 쌉쌀한 향이 잠을 깨울 때, 우리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혹은 계속 누워 있는 것으로 하루를 채우기로 한 결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완벽한 선택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샴푸 향과 빳빳한 호텔 가운의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주 천천히 조율되는 오래된 악기처럼 조심스럽고도 완벽했다. 밤하늘의 별보다 더 낮게 깔린 도시의 불빛들이 수면 위로 잘게 부서지며 우리의 눈동자에 머물던 그 찰나의 잔상.
- 추홍곡 생태공원의 하향식 녹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 21층 루프탑 풀에서 타이중의 야경과 도로의 불빛을 가만히 관찰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