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타이중은 마치 젖은 스펀지처럼 눅눅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기온은 17도. 춥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따뜻하다고 하기엔 얇은 외투 없이는 살결이 시린 날씨였다. 낮게 내려앉은 안개가 도시의 윤곽을 흐릿하게 지우던 거리, 우리는 마치 숲속의 은신처를 찾아가는 여행자처럼 Nuo Wei Sen Lin Tai Zhong Man Huo Guan에 들어섰다. 건물은 대지에 낮게 엎드린 채 숨을 쉬는 녹색 건축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서늘한 습기는 사라지고 갓 구운 빵처럼 포근한 온기가 피부에 부드럽게 감겼다.
가족 여행이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소란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짐 가방의 위치를 잊어버리고, 누군가는 뜬금없는 질문으로 정적을 깬다. 하지만 이곳의 광활한 공간은 그 모든 불협화음을 너그럽게 흡수해버렸다. 40평이 넘는 도시 만활 룸의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영역을 찾아 흩어졌다. 정돈된 고요함보다는 기분 좋은 무질서가 흐르는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즐거움을 탐색했다. 짙은 갈색의 톤과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부드러운 러그의 촉감은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라는 무용한 안락함이 우리 가족을 감쌌다. 아이들이 장난감 주방 세트 앞에서 소꿉놀이에 빠져든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이번 여행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우리 가족이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조각
웰컴 아이스크림. 혀끝에 닿는 차갑고 진한 바닐라 크림의 달콤함과 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이슬의 서늘함. 둘째 아이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는 보석이라도 찾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입가에 하얗게 묻은 크림을 닦아내지 않은 채 배시시 웃던 그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가라오케 마이크. 묵직한 금속의 질감과 손바닥에 감기는 서늘한 감촉, 그리고 노래 박자에 맞춰 방 안을 수놓는 화려한 네온 조명. 첫째 아이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낚아챘다. 음정은 엉망이었지만, 아이의 당찬 목소리가 넓은 방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모두 작은 콘서트홀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기포 마사지 욕조. 피부를 간지럽히는 탄산 기포의 진동과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비누 향, 그리고 시야를 몽환적으로 만드는 따뜻한 수증기. 아버지가 가장 먼저 욕조 속 TV의 편리함을 발견하고는, 세상 모든 시름을 잊은 듯 깊고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으셨다.
객실 내 슬라이드.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촉감과 바닥에 닿을 때 나는 둔탁한 '쿵' 소리, 그리고 귓가를 스치는 빠른 바람. 막내 아이가 가장 먼저 경사각을 확인하고는 몇 번이고 몸을 던졌다.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혀 메아리칠 때마다 공간은 생기로 가득 찼다.
독립 차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질감과 갓 세차를 마친 차에서 나는 특유의 깨끗한 냄새, 그리고 넉넉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해방감. 어머니가 가장 먼저 이 여유로운 공간감을 알아차리셨고, 덕분에 무거운 짐 가방을 옮기는 수고로움은 기분 좋은 가벼움으로 변했다.
정갈하게 쌓인 하얀 수건 더미와 새벽 3시의 깊은 정적. [사진: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호텔의 정갈한 침구 세트]
- 마카롱 공원의 타워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해보길 권한다.
- 신광 황혼 시장의 활기찬 공기와 이국적인 음식 냄새를 맡으며 가족과 함께 가벼운 밤 산책을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