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타이중은 적당히 미지근했고, 공기 중에는 눅눅한 습기와 이름 모를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거리마다 하얀 통화꽃 잎들이 마치 도시가 뿌린 하얀 꽃가루처럼 어깨 위로 툭툭 떨어졌다. 우리는 국립 타이중 가극장의 기하학적인 곡선을 지나 제2시장까지 정처 없이 걸었다.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독하게 무용한 하루였다. Feng Hua Mu Yue Tai Wan Da Dao Xing Guan hotel maple taiwan boulevard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발바닥에 닿은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의 서늘함이 온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체크인을 도와준 직원의 유머러스한 환대에 기분이 묘하게 들떴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밖으로 나갔다. 목적지는 근처 중화야시장. 누워있는 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지만, 뱃속에서 울리는 정직한 허기는 그 게으른 목적을 가볍게 배신했다. 비닐봉투 두 개가 묵직해질 때까지 지파이와 버블티를 집어넣었다. 봉투 속에서 튀김 옷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축제의 서곡처럼 경쾌하게 들렸다.
짭조름한 야식과 함께 흩뿌린 시시한 말들
"우리 이번 여행에서 진짜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지 않냐?"
침대 위에 쏟아놓은 야식들의 향연을 보며 친구가 툭 던졌다. 스탠다드 패밀리 룸의 넓은 침대는 이미 우리의 거실이자, 가장 안락한 식탁이 되어 있었다. 나는 갓 튀겨낸 닭강정 하나를 입에 넣으며, 바삭하게 씹히는 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그게 계획이었잖아. 완벽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
"근데 이 호텔 침대,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 몸이 푹 잠기는 게 그냥 여기서 계속 자고 싶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야."
"나도. 처음엔 대리석 인테리어 때문에 좀 차가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오니까 조명 때문인지 되게 포근해."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짭짤한 소스를 가리키며 아이처럼 낄낄거렸다. 대단한 인생의 진리나 미래에 대한 무거운 고민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저 지금 씹고 있는 이 음식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내일 아침 11층 레스토랑에서 마주할 조식 뷔페에는 어떤 과일들이 놓여 있을지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친구가 던진 엉뚱한 농담에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 반동으로 떡볶이 국물이 하얀 침구에 튈 뻔했다. 우리는 서로를 탓하며 다시금 소란스러워졌지만, 그 무질서한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여백
폭풍 같은 식사가 끝나고, 소란스러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빈 봉투들이 구겨진 채 바닥에 굴러다녔고, 방 안에는 기름진 음식 냄새와 은은한 호텔의 향기가 묘하게 섞여 감돌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로 누웠다. 젖은 몸을 말려준 욕실의 쾌적하고 보송한 공기가 방 안까지 스며들어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상의 딱딱한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올라오는 작은 뿌리 하나가 있다고. 그 뿌리는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닥을 갈라놓는다. 이번 여행이 내게 그랬다. 거창한 의미는 없었지만, 이 무용한 시간들이 내 마음의 굳은살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타이완 대로의 불빛들이 황금빛 혈관처럼 가늘게 흐르고 있었다. 4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다정했고,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깊은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충분한 밤이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꽃잎 하나가 가만히 떨리고 있었다.
- 중화야시장의 지파이와 버블티 조합, 침대 위에서 즐기는 최고의 사치.
- 편의점에서 파는 대만식 밀크티와 달콤한 푸딩으로 마무리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