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겨울 코트의 단추를 하나씩 풀자, 어깨를 짓누르던 여행의 긴장이 함께 내려앉았다. Tai Zhong Fu Hua Da Fan Dian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짙은 고동색의 실목 가구들이 뿜어내는 묵직한 나무 향이었다.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새겨진 가구들은 방 안의 공기를 차분하게 고요해지혔고, 나는 그 정적 속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욕실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대리석 타일의 서늘한 촉감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인위적이지 않은, 돌만이 가진 정직한 온도가 마음을 정돈해주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기본의 가치를 아는 공간, 나는 그 적당한 고전함 속에 가만히 머물며 나 자신을 되찾고 싶었다.
우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할지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다.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우리는 침대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를 재며 아이처럼 낄낄거렸다. 결국 나의 승리였다. 캐리어 두 개를 활짝 펼쳐놓고도 공간이 넉넉해 마음까지 여유로워졌다. 로비에서 보았던 중정의 작은 갤러리처럼, 객실 역시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클래식'이라는 우아한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우리를 포근하게 받아내는 순간, 이번 여행의 단 하나의 절대 명제가 세워졌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게 일어나기'였다.
쌉싸름한 커피의 정적과 화려한 만찬의 소음
조식 뷔페의 웅성거림 속에서 나는 나만의 작은 섬,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섰다. 짙은 갈색의 액체가 끈적하게 흘러내리고, 그 위에 차가운 우유를 천천히 부었다. 흰색과 갈색이 소용돌이치며 섞이는 찰나의 무늬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한 모금 들이켜자 고소한 풍미가 혀끝을 감싸며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호텔 조식에서 이토록 정교한 커피의 맛을 만나는 건 드문 행운이다. 곁들인 음식들 역시 과하지 않았다. 재료 본연의 색과 맛이 살아있는 담백한 요리들이 정갈하게 놓였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맛, 그 적당한 온도와 절제미가 주는 만족감이 충분했다.
그날 아침의 기억은 온통 색채와 소리의 잔치였다. 뷔페 테이블 위로 끝없이 펼쳐진 음식들의 향연에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로의 접시에 산처럼 음식을 쌓아 올리며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주변 사람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와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금속음이 섞여, 마치 작은 축제 현장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특히 보석처럼 빛나던 열대 과일들의 선명한 색감에 반해 사진을 수십 장이나 찍어댔다. 입가에 소스를 묻힌 서로를 보며 장난스럽게 투덜거렸지만, 사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배가 터질 듯했지만 멈출 수 없었던, 그 무질서하고 풍성한 아침의 활기가 여전히 생생하다.
우리가 유일하게 침묵으로 동의한 안식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것으로 부딪혔다. 어느 식당의 메뉴가 더 나은지, 몇 시에 일어날지, 심지어 차 안에서 흐를 음악의 취향까지. 하지만 Tai Zhong Fu Hua Da Fan Dian의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만큼은 마법처럼 모든 논쟁이 멈췄다. 빳빳하게 관리된 흰색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몸을 묵직하게 감싸 안는 이불의 무게감. 그 압도적인 안락함 앞에서는 그 어떤 고집도 무의미했다. 2월의 타이중은 문밖을 나서는 순간 17도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지만, 이 침대 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온실이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 그 무용(無用)한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치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비로소 온전하게 동의했다.
창가로 스며든 2월의 햇살이 하얀 시트 위에 길게 누워 있었다.
- 조식 뷔페의 에스프레소에 신선한 우유를 섞어 부드러운 라테로 즐겨보길 권한다.
- 안개 낀 이른 아침, 호텔 주변의 고요한 거리를 가볍게 산책하며 도시의 숨결을 느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