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타이중은 공기마저 끈적였다. Tai Zhong Ri Guang Wen Quan Hui Guan 입구의 검은 관음석 외관은 압도적일 만큼 묵직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 더위에 굴복해 투덜거릴지 내기를 했다. 셔츠가 등에 쩍쩍 달라붙는 불쾌함마저 이 여행의 눅눅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일광 중식당에서 마주한 망고는 지나치게 달콤했다. 혀끝에 감기는 진득한 과육의 질감이 오후의 나른함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정갈한 식기 소리 사이로 서로의 입가에 묻은 노란 소스를 보며 낄낄거렸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창밖의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탐험이야, 그냥 고행이지!" 다컹 6호 등산로를 오르며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가파른 경사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우리는 응원 대신 서로의 느린 걸음을 탓하며 웃었다. 하지만 정상에서 마주한 6월의 산은 비현실적인 에메랄드빛이었다. 그 짙은 녹색 하나만으로도 모든 고통이 씻겨 내려갔다.
어품 객실의 문을 열자 30평의 광활한 공간이 주는 해방감이 쏟아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커다란 침대 두 개를 두고, 누가 중앙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 10분간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된 승자가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웠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객실 내 독립된 냉온탕에 몸을 밀어 넣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서 뜨거운 온천수로 옮겨갈 때, 피부를 때리는 온도 차가 짜릿했다. 창밖으로 일렁이는 숲의 초록색을 바라보며 가만히 숨을 골랐다. 미끄러운 물결이 비단처럼 피부를 감싸는, 무용한 시간이 주는 지독한 안락함이었다.
로비의 높은 천장은 시선을 끝없이 위로 끌어올렸다. 강렬한 6월의 햇살이 천장을 투과해 검은 돌바닥 위에 하얀 빛의 파편들을 흩뿌렸다. 그 기하학적인 무늬를 멍하니 관찰하며 다음 일정을 짰다. 거창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그게 우리다운 방식이니까.
오후 3시, 예고 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흠뻑 젖어버린 서로의 꼴이 가관이었다. 당황함도 잠시, 우리는 젖은 생쥐 꼴을 한 서로를 보며 배꼽을 잡았다. 다시 Tai Zhong Ri Guang Wen Quan Hui Guan으로 돌아와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옷의 찝찝함은 사라지고 빗소리 섞인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졸업'이라는 단어가 수증기처럼 공중에 떠다녔다. 누군가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했고, 누군가는 그저 잠이 온다며 하품을 했다. 우리는 억지스러운 위로 대신, 지금 이 물의 온도가 딱 좋다는 말을 건넸다. 특별한 정답은 없었지만, 함께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젖은 운동화가 현관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 다컹 6호 등산로를 걷고 나서 어품 객실의 냉온탕에 몸을 녹여봐.
- 일광 중식당의 망고 요리는 꼭 먹어봐, 정말 진하게 달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