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의 8월은 마치 젖은 솜이불을 뒤집어쓴 것처럼 무겁고 눅눅했다. 습도 78퍼센트.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수증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어 왔고, 공기는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몸을 짓눌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Tai Zhong Ri Guang Wen Quan Hui Guan의 외관은 강렬했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검은 관음석의 묵직한 질감이 오히려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 정적인 검은색은 도심의 소란을 잠재우는 거대한 침묵의 벽 같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선 어품객실은 기대보다 훨씬 광활했다. 문을 여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서늘한 냉기가 땀에 젖은 뒷덜미를 날카롭게 스쳤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커다란 더블 침대 위로 나란히 쓰러졌다. 빳빳하게 정돈된 흰 시트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비로소 팽팽하게 조여졌던 긴장이 탁 풀렸다. '그냥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충분해.' 누군가 나지막이 뱉은 말은 공기 중에 흩어졌지만, 그 마음만은 선명하게 공유되었다.
창밖으로는 소나기가 한 차례 휩쓸고 간 짙은 초록의 숲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42인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무의미한 소음이 방 안을 채웠지만, 누구도 리모컨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넓은 방 안에서 각자의 호흡이 섞이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누워 있는 것, 그 고요한 거리감이 주는 평온함이 좋았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나니 비로소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완벽한 오후였다.
밤 11시, 수증기 너머로 숲의 숨소리가 들리던 시간
정갈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방,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우는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는 마치 마음속의 찌꺼기까지 함께 씻어내리는 신호처럼 들렸다. 미인탕이라 불리는 이곳의 온천수는 피부에 닿는 순간 마치 매끄러운 실크가 몸을 감싸듯 부드럽게 밀착되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가렸고, 열린 틈 사이로 젖은 흙 내음과 짙은 풀 향기가 밀려들어 왔다. 우리는 물속에서 서로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로 앉아 있었다.
온탕에서 나와 냉탕으로 몸을 옮겼을 때, 모공이 순식간에 조여지는 서늘한 감각이 정신을 맑게 깨웠다. 그 날카로운 온도 차는 오히려 살아있다는 감각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내 곁의 물결이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는 일이라고. 우리는 그 물결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욕조에서 나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몸은 기분 좋게 나른해져 있었다. 8월의 열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창한 약속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이야기는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온도가, 이 공간의 적막함이 우리에게는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고 해도 우리는 아마 비슷한 침묵을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여행은 완성될 것이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발끝이 맞닿은 온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