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테이블 위로 아이의 작은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잼을 듬뿍 발라 먹은 손으로 만진 모양이다. 지우개로 지우듯 닦아내려다 말고 가만히 그 자국을 응시했다. 5월의 타이중 햇살이 8층 창가를 통해 쏟아져 들어와, 끈적한 설탕의 흔적을 보석처럼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Ban Jiu Chao Xing Lv의 아침은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커피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무료로 제공된 티백과 커피 가루를 꺼내어 잔에 담자, 쌉싸름한 향기가 눅눅한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내 양말 한 짝 어디 갔어?" 둘째의 다급한 외침이 방 안을 뱅뱅 돌고, 첫째는 이미 옷을 다 입은 채 창밖의 오토바이 행렬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피부에 닿는 습도는 적당히 무거워 마치 젖은 솜사탕을 두른 기분이었지만,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옅은 김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짐을 챙기는 소란함과 아이들의 투덜거림, 그 모든 불협화음이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다정한 음악처럼 들렸다. 구두 끈을 묶는 손길이 조금 느렸지만, 그 느림조차 허락되는 아침이었다.
14:00, 서늘한 안식과 구름 위의 낮잠
국립 대만 미술관을 돌아 나오는 길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덥고 습했다. 5월의 오후는 늘 예고 없이 무거운 공기를 몰고 와 여행자의 어깨를 짓누른다. 호텔 문을 열고 럭셔리 패밀리룸으로 들어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땀에 젖은 뒷덜미를 날카롭게 스쳤다. 그 극명한 온도 차이가 주는 쾌감에 절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거대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고, 푹신한 매트리스는 마치 거대한 구름처럼 아이들의 무게를 부드럽게 받아내며 깊숙이 품어 안았다. 첫째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둘째는 시트 위를 뒹굴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방 안에는 오직 정적과 아이들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남았다. 외출의 피로가 발끝부터 천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창밖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낮게 고요해져 있었지만, 방 안의 바스락거리는 시트 촉감은 더없이 보송하고 평온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밀도 높은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19:00, 비 냄새와 무용한 대화의 즐거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결국 참았던 비가 쏟아졌다. 짧지만 강렬한 소나기였다. 젖은 옷에서 눅눅한 냄새가 났지만, 비가 그친 뒤의 공기는 한결 가벼워져 폐부 깊숙이 상쾌함을 전달했다. 호텔 로비에서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들은 오늘 본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를 꽃피웠다. "엄마, 그 그림은 진짜 집보다 더 컸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망울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8층 방으로 돌아와 젖은 옷을 갈아입혔다. 럭셔리 3인실의 넉넉한 공간 덕분에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들이 오히려 우리가 함께 보낸 하루의 훈장처럼 느껴져 답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둥글게 모여 앉아 달콤한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창문을 살짝 열자 젖은 아스팔트의 흙내음과 타이중의 백합 향기가 섞여 들어와 코끝을 간지럽혔다. 거창한 계획이나 심오한 주제는 없었다. 그저 오늘 무엇이 좋았는지, 내일은 어떤 간식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공기 중에 몽글몽글 떠다녔다. 이런 무용한 대화들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가만히 수집했다.
22:00, 온기의 위로와 8층의 정적
아이들이 잠든 방은 이제 깊은 고요에 잠겼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밤, 나는 욕조가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자 뜨거운 물이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쏟아졌고,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욕실의 정적을 기분 좋게 채웠다. 몸을 천천히 담그자 묵직한 온기가 피부를 감싸 안으며 하루 종일 긴장했던 다리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매끄러운 타일의 촉감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때면, 세상의 모든 소음과 걱정이 저 멀리 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오직 나의 호흡에만 집중했다. 8층의 소음은 이제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욕조 밖으로 나오자 포근한 가운이 몸을 감싸 안았고, 침대 머리맡의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은 또 어떤 소란과 웃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Ban Jiu Chao Xing Lv에서의 하룻밤은 그렇게 단순하고 명료하게, 하지만 충분히 밀도 있게 흘러갔다. 건조대 위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젖은 수건처럼, 나의 마음도 포근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타이중의 밤등이 하나둘 켜졌다.
- 8층 객실의 창가 자리에 앉아 타이중 시내의 소박하고 다정한 풍경을 감상해 보세요.
- 럭셔리 패밀리룸의 넓은 침대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뒹굴며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