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Li Jing Zhan Jiu Dian의 하얀 가운을 걸치고 복도를 가로지른다. 몸보다 한참 큰 가운이 바닥을 쓸며 파도처럼 출렁인다. 발끝에 닿는 두툼한 카펫의 감촉이 아이의 가벼운 발소리를 몽글몽글하게 집어삼킨다. "엄마, 나 이제 투명 인간이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진다. 그 우스꽝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낯선 도시에서 우리가 찾은 가장 평화로운 소란이라고.
디럭스 패밀리 룸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다. 2월의 신북은 뼈마디가 시릴 만큼 습하고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홧홧한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처음엔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느껴지지만 이내 팽팽하게 조여졌던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간다. 물결이 살결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집중하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밖은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지만, 이곳만큼은 온전한 나의 섬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창밖 너머로 전철이 지나가는 낮은 진동이 발끝까지 전해진다. 도시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이고 묵직한 소리다. 아침 7시, 9층 라운지에서 캡슐 커피 머신이 쉿 하는 날카로운 숨소리를 내며 진한 액체를 쏟아낸다. 눅눅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원두 향. 아이들은 아직 잠결에 눈을 비비며 웅얼거리고, 나는 컵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멍하니 바라본다. 깨어나는 도시의 소음이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산충 거리의 어느 식당에서 마주한 제왕게 훠궈의 강렬한 기억. 붉은 탕 속에서 탱글하게 익은 게살이 하얀 꽃처럼 피어 있었다.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들이켜자마자 안경 너머로 하얀 김이 서려 세상이 순식간에 불투명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더듬거리며 젓가락질을 하는 나의 모습에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입가에 묻은 매콤한 국물을 닦아내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순간,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하게 느껴졌다.
신북 등불 축제의 밤은 찬란한 빛의 바다였다. 붉고 노란 전등들이 밤하늘을 수놓으며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아이의 까만 눈동자 속에 작은 전등 하나가 보석처럼 박혀 반짝였다.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도록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었다. 화려한 빛의 잔상들이 겹쳐 보이며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함께 걷고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마음속에 묵직한 안도감이 차올랐다.
침대 옆 작은 독서등 아래, 첫째가 책을 펴놓고 엎드려 있다. 노란 원형의 빛이 하얀 책장 위로 툭 떨어져 작은 섬을 만든다. 하지만 아이는 글자를 읽는 대신, 빛과 어둠이 만나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따라 그리고 있다. 어른의 눈에는 무용한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용한 몰입의 시간이 아이의 표정을 가장 평온하게 만든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빛의 궤적을 쫓는 아이의 작은 손가락을 가만히 관찰한다.
Li Jing Zhan Jiu Dian의 넓은 객실, 커다란 침대에 온 가족이 엉켜 눕는다. 갓 세탁한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과 깨끗한 비누 향이 코끝을 스친다. 누군가의 발이 내 옆구리를 툭 찌르고, 귓가에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좁지도 넓지도 않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기에 딱 적당한 거리감. 8층의 작은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고 돌아온 뒤 맞이하는 이 고요함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집처럼 편안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천천히 깊은 잠 속으로 고요해지는다.
창밖으로 멀리 전철의 붉은 불빛이 긴 꼬리를 남기며 지나갔다.
- 9층 라운지에서 캡슐 커피 한 잔과 함께 신북의 아침 풍경을 감상해 보세요.
- 화려한 등불 축제 산책 후, 넓은 욕조에서 따뜻한 반신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녹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