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도시의 소음, 그리고 우리만의 고요
방 카드를 건네받았을 때, 그 위에 그려진 작은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예술을 테마로 했다는 호텔의 설명보다, 내 손바닥 위에 놓인 그 무심한 색감이 더 좋았다. 5월의 가오슝은 습도가 78퍼센트에 달해 공기가 눅눅했고,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끈적거렸다. 하지만 Jie Si Lv Gao Xiong Zhan Qian Guan의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세상의 모든 습기가 단숨에 차단되었다. 에어컨이 만들어낸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 짜릿했다. 나는 곧장 침대로 향했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팽팽한 촉감이 등 뒤로 전해졌고, 나는 그곳에 몸을 맡긴 채 천장을 보았다. 창밖으로는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 적당한 고요함 속에 파묻혀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는 정말 믿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그날 거의 전쟁을 치른 기분이었다. 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걷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오슝의 열기는 우리를 집어삼킬 듯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옷은 흠뻑 젖었고, 우리는 서로의 꼴이 가관이라며 낄낄거렸다. 하지만 류허 야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는 순간, 그 눅눅함은 모두 잊혔다. 길거리 음식의 진한 기름 냄새,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우리가 내기했던 '가장 이상한 음식 찾기' 미션까지. 우리는 젖은 운동화를 끌고 다니며 도시의 소음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다 호텔로 돌아와 넓은 방에 가방을 내던지며 내뱉은 첫마디는 "와, 살았다!"였다. 밖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이곳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거친 파도를 뚫고 안전한 기지로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그 해방감이 정말 짜릿했다.
같은 식탁, 서로 다른 기억의 맛
'더블 베지'라는 이름의 뷔페 식당에 앉았다. 나는 고기가 없는 식탁이 주는 가벼움을 좋아한다. 접시 위에 놓인 두부 요리는 비단처럼 매끄러웠고, 간결하게 조리된 채소들은 각자의 선명한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정직한 맛이었다. 나는 천천히 음식을 씹으며 주변을 관찰했다. 사람들의 낮은 대화 소리, 식기들이 부딪히는 규칙적인 금속성 소음,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가오슝의 흐릿한 풍경. 배를 채우는 것보다 그 공간이 가진 특유의 리듬에 내 몸을 맞추는 것이 더 즐거웠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기분, 그것은 꽤 괜찮은 포만감이었다.
결과적으로 너는 내 말을 믿지 않겠지만, 채식 뷔페가 이렇게까지 배부를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처음에는 "풀만 먹고 어떻게 배를 채워?"라고 투덜거렸는데, 웬걸. 여기 디저트 라인업이 정말 압권이었다. 알록달록한 열대 과일들과 달콤한 케이크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접시 위에 음식을 산처럼 쌓아 올렸고, 서로의 접시를 보며 누가 더 많이 담았는지 유치한 내기까지 했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과즙과 묵직하고 달콤한 크림의 조화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우리는 먹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이게 정말 고기가 안 들어갔다고?"라고 말하며 서로의 얼굴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던 그 순간, 우리는 그냥 배가 고팠고, 그래서 더 행복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다는 건, 역시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즐거움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동의한 것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것으로 다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누가 더 많이 잤는지. 하지만 단 하나, Jie Si Lv Gao Xiong Zhan Qian Guan의 침대와 위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현대적인 감각의 표준 객실임에도 10평 남짓한 공간은 친구 셋이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욕실에 비치된 차자이탕의 은은한 찻잎 향 어메니티는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가오슝역과 류허 야시장이 걸어서 10분 거리라는 점은 우리의 게으름을 완벽하게 지지해주었다. 복잡한 지도 앱을 켜지 않고도 그냥 걷다 보면 도착하는 거리. 그 적당한 거리감이 우리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함께 뒹굴었고, 함께 늦잠을 잤으며, 아무런 계획 없이 문밖을 나섰다. 그 편안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아주 잠깐 무지개가 떴다.
- 나마샤의 반딧불이를 보러 간다면, 5월의 눅눅한 밤공기를 즐겨보길.
- 더블 베지 뷔페에서는 꼭 디저트 코너부터 공략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