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화롄은 공기부터가 눅눅한 솜이불처럼 무거웠다. 습도 76퍼센트. 피부에 닿는 공기가 끈적하게 감겨왔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지쳐 눕느냐로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내가 압도적으로, 그리고 아주 빠르게 패배했다.
화롄샹볜스의 홍유초수를 주문했다. 붉은 고추기름이 겉돌며 알싸한 향이 콧등을 찔렀다. 얇은 피를 깨물자 뜨거운 육즙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입천장이 살짝 데었지만, 그 짜릿한 통증마저 여름의 일부처럼 느껴져 적당했다.
"여기서 10분만 더 걸으면 진짜 멋진 명소래."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푹신한 침대 속으로 몸을 던졌다. "10분 뒤의 나보다, 지금 이 순간 누워있는 내가 훨씬 소중해." 친구의 황당한 표정이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정적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호사를 누렸다.
Yan Bo Da Fan Dian Hua Lian Guan 로비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서로의 땀에 젖어 달라붙은 티셔츠를 보며 '정글 탐험대'라고 이름 붙였다. 시내 중심가였지만, 에어컨 바람이 닿는 그 찰나의 쾌적함은 마치 미지의 대륙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았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농담이었지만,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다.
호화 대형 침대 룸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태평양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7월의 바다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고, 수평선 너머로 짙은 남색의 그라데이션이 펼쳐졌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낮은 숨소리처럼 들려왔다.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푸른색이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호텔 내 스파 센터의 사우나로 숨어들었다. 뜨거운 증기가 피부에 닿아 눅눅하게 달라붙었고, 이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깊숙이 담그니, 세상의 모든 소음이 수면 아래로 고요해지으며 오직 나의 심장 박동 소리만 선명해졌다.
예고 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거리로 나섰던 우리는 쫄딱 젖은 생쥐 꼴로 Yan Bo Da Fan Dian Hua Lian Guan 로비로 뛰어 들어왔다. 신발 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걸을 때마다 '찌걱, 찌걱' 소리를 냈다. 서로의 엉망진창인 몰골을 바라보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젖은 옷이 몸을 무겁게 짓눌렀지만, 마음만은 씻겨 내려간 듯 개운했다.
여행은 대단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다만 내 몸을 온전히 받아준 좋은 침대, 혀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적당히 시끄러운 친구가 곁에 있었다. 그거면 충분한 여행이었다.
눅눅한 여름밤, 서늘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우리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화롄샹볜스의 홍유초수는 꼭 먹어봐, 입천장 좀 데여도 그 맛이 중독적이야.
- Yan Bo Da Fan Dian Hua Lian Guan 사우나에서 땀 쫙 빼고 침대에 눕는 게 진짜 힐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