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기 진짜 케이크 속이야!" 둘째가 앨리스 룸의 문을 열자마자 비명 같은 환호를 질렀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몽글몽글한 분홍빛의 향연이었다. 아이는 벽지에 조심스레 손을 대보더니, 달콤한 설탕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이내 푹신한 분홍색 침대 위로 몸을 던져 스스로를 '딸기 디저트'라고 명명했다. 하얀 시트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작은 발가락들이 마치 갓 구운 빵처럼 포근해 보였다.
가족실의 공기는 묵직한 원목 가구의 향으로 가득했다. 180cm의 광활한 대형 침대 두 개가 놓인 방은 마치 외부와 차단된 안식처 같았다. 나는 그 침대의 정중앙, 가장 깊은 곳에 몸을 묻었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에너지 60%만 사용하기'. 천장의 정교한 무늬를 하나하나 세다 보니 어느덧 의식이 아득해졌다. 깨어보니 오후 3시, 창밖의 빛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 주는 안도감이 팽팽했던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창문을 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절되었다. Li Ge Xiu Xian Fan Dian의 견고한 방음창은 외부의 소란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필터 같았다. 창밖은 화롄 시내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소란스러웠지만, 방 안은 마치 깊은 바닷속 진공 상태처럼 고요했다. 그 정적의 틈새로 셋째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가족의 숨결은 낯설면서도 지독하게 포근했다. 고요함이 주는 쾌적함이 피부에 닿았다.
중산로의 '화롄 향편식'에서 마주한 홍유초수는 강렬한 붉은빛이었다. 숟가락을 깊숙이 넣자 매끄러운 만두피가 미끄러지듯 올라왔다. 입술에 닿은 매콤한 기름의 온도는 적당히 뜨거웠고, 씹는 순간 톡 터지는 새우의 탱글한 식감이 혀끝을 자극했다. "아, 매워!" 아이들은 헉헉거리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입가에 붉은 기름을 묻힌 채 서로를 보며 낄낄거리는 웃음소리. 그 매콤하고 짭조름한 풍미가 여행의 선명한 이정표처럼 기억에 남았다.
9월의 화롄 하늘은 씻어낸 듯 투명했다. 오후의 햇살이 창틀의 경계를 넘어 원목 탁자 위에 길게 누웠다. 빛의 각도가 변할 때마다 나무의 결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선명하게 일렁였다. 금빛 빛줄기를 타고 천천히 유영하는 먼지 알갱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특별한 사건 하나 없는 오후였지만,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단순한 대비만으로도 마음의 소란이 고요해졌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법에 걸린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의 핸들은 손끝에 차가운 금속성을 남겼다. 페달을 힘차게 밟자 9월의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화롄역으로 향하는 길, 이름 모를 들풀들이 바퀴 살 사이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찰칵거리며 돌아가는 자전거 체인의 규칙적인 리듬이 귓가를 울렸다. 목적지 없이 그저 바람의 방향을 따라 달리는 것. 효율성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이 무용한 움직임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에 가장 가까웠다.
세 개의 방과 넓은 거실이 있는 Li Ge Xiu Xian Fan Dian의 스위트룸에 모두가 모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은 거실 바닥과 소파 위에 무질서한 조각들처럼 흩어져 있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각자의 스마트폰 속 세상에 빠져 있거나, 멍하니 천장의 무늬를 쫓았다. 하지만 그 적막은 외로움이 아니라, 함께 나누어 가진 기분 좋은 피로였다.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안락한 밤의 무게였다.
비어 있는 유리컵 속에 맺힌 물방울이 느릿하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앨리스 룸은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에게 최고의 선택지입니다.
- 호텔 근처 중산로의 숨은 로컬 맛집들을 자전거로 천천히 탐방하며 화롄의 일상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