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결을 품은 묵직한 원목 협탁
비 온 뒤의 깊은 흙빛을 닮은 짙은 갈색의 나무다. 유럽풍 가구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내게는 그저 수많은 계절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온 단단한 나무 덩어리로 다가왔다. 그 위에는 낮은 조도의 스탠드 램프가 놓여 있고, 램프 갓에 얇게 내려앉은 먼지들이 빛을 굴절시키며 작은 입자로 유영한다. 손가락 끝으로 모서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의 거친 질감이 지문 사이사이로 선명하게 전해진다. 차갑지도,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온도를 가진 정직한 물건이다.낮은 노란 빛 아래서 나눈 말들
"여기 침대, 생각보다 훨씬 넓네."
그가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나는 협탁 위에 둔 가방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응. 둘이서 굴러다녀도 될 정도야."
"역에서 여기까지 걷는데 12분 걸렸지. 습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걷는 내내 서로의 어깨가 닿는 게 유독 선명하게 느껴지더라."
"그게 싫었어?"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정적을 메웠다.
"아니. 그냥, 우리가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협탁 위의 램프 스위치를 딸깍 소리가 나게 켰다. 방 안에 눅눅한 공기를 밀어내는 노란 빛이 낮게 깔렸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빛의 테두리를 바라보았다. 6월의 화롄은 밖이 너무 뜨거웠고, 이 방 안의 정적은 충분히 시원했다.
단순한 가구가 남긴 느린 호흡의 기억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자꾸만 그 묵직한 원목 협탁의 촉감이 생각났다. Li Ge Xiu Xian Fan Dian의 방은 화려한 장식 하나 없었지만, 그곳에는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안락함이 있었다. 유럽식 인테리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냥 '누군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다정한 집'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특히 Li Ge Xiu Xian Fan Dian 특유의 여유로운 객실 구조는 우리에게 적당한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허락했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지만 결코 방해되지 않는 그 거리감이 우리를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걷기만 했다. 졸업이라는 마침표를 찍고, 다음 단계를 향해 서로를 밀어붙이며 보폭을 맞추는 법을 잊어버렸었다. 하지만 79퍼센트의 습도를 머금은 화롄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느려지는 법을 배웠다. 역에서 호텔까지 걷던 그 12분, 그리고 방 안에서 협탁의 램프 빛을 공유하던 시간들. 그 시간은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무용해 보였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였다.
중산로에서 먹었던 빨간 기름의 샹볜스는 혀끝을 자극할 만큼 매콤했고, 뒤이어 먹은 차이지더우화의 달콤함은 6월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호텔 근처 가게에서 샀던 시나몬 롤의 진한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듯하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눅눅해진 옷을 말리며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아니, 꽤 완벽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를 재촉하지 않고, 그저 함께 존재하는 법을 다시 익혔다. 6월의 햇살이 60석산의 주황색 꽃들을 짙게 물들일 때, 우리는 그 풍경 속에 완전히 고요히 머무했다. 어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그곳에 있었고, 함께였으며, 그것으로 충분했다는 사실만이 협탁의 나이테처럼 우리 마음속에 겹겹이 쌓였다.
창밖으로 소나기가 그치고, 옅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 중산로의 샹볜스에서 매콤한 홍유초수를 곁들여 보세요.
- 화롄역에서 호텔까지 걷는 12분, 골목길의 작은 가게들을 천천히 탐색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