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이라는 이름의 다정한 공모
결국 누군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정확히 누구의 입에서 시작된 갈증이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아마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던 신호였을 것이다. 9월의 화롄은 낮의 열기를 덜어낸 적당히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감싸고 있었고, 밤바람의 밀도는 갓 세탁한 셔츠처럼 가벼웠다. 우리는 홀린 듯 Hua Lian Hai Yue Jiu Dian의 안락함을 잠시 뒤로하고 5분 거리의 시내로 나섰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보도블록 위에 번지는 밤, 편의점 비닐봉지가 바람에 펄럭이는 규칙적인 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에 리듬을 더했다. 우리가 고른 것은 향편식의 홍유초수였다.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붉은 고추기름을 듬뿍 머금은 만두들이 서로 엉켜 있었고, 봉투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매콤하고 진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것은 세련된 레스토랑의 향기보다 훨씬 정직하고 강렬한, 이 여행의 가장 진실한 냄새였다. 다시 호텔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이미 머릿속으로 이 붉은 만두들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눠 먹을지 치열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붉은 기름과 함께 씹어낸 진심들
"야, 근데 우리 오늘 자전거 탄 거 진짜 무모하지 않았냐? 지금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용기에서 만두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며 친구가 말했다. 입술에는 어느새 붉은 고추기름이 옅게 묻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섞여 있었다.
"무모하긴. 그냥 좀 더웠던 거지. 그래도 그 해안선을 따라 달릴 때 보였던 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었잖아."
"좋긴 했지. 근데 내 다리는 이제 내 것이 아니야. 이건 여행이 아니라 거의 극기훈련 수준이었다고. 너 아까 오르막길에서 나 버리고 먼저 쌩하니 간 거 다 봤어. 그때 네 뒷모습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알아?"
나는 대답 대신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조금 먼저 걷긴 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낄낄거렸다. 붉은 만두의 매콤함이 혀끝을 자극할 때마다, 낮 동안 쌓였던 사소한 서운함과 긴장들이 함께 씹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여기 Hua Lian Hai Yue Jiu Dian, 방이 정말 깔끔하고 아늑하다. 화려하진 않은데 딱 필요한 것만 있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해."
"그러게. 원목 가구에서 나는 은은한 나무 냄새도 좋고. 그냥 이대로 계속 누워 있고 싶다. 내일 일정? 그딴 거 그냥 다 취소하고 여기서 뒹굴거리면 안 될까?"
"취소하면 네가 밥 다 살 거야?"
"그건 좀 곤란하지."
우리는 다시 만두를 씹었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그저 어제 본 풍경, 내일 먹을 음식,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게으르고 사랑스러운 인간들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쓸모없는 대화들이 방 안의 공기 중에 흩어졌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이었다.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파도
음식이 바닥났고, 뜨거웠던 대화도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관리된 하얀 침구는 몸을 감싸는 온도가 쾌적했고, 적당한 탄성이 지친 근육을 부드럽게 받쳐주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자 태평양의 깊은 숨결 같은 파도 소리가 밀물처럼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얇은 커튼이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느린 호흡처럼 보였다. 해경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화롄 항구의 불빛들이 검은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9월의 밤하늘은 투명할 정도로 맑았고,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가 오히려 이 방의 정적을 더 깊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바다의 짠 내음과 나무의 온기가 섞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젖은 수건의 눅눅함과 배부른 포만감이 섞여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왔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
항구의 깜빡이는 불빛이 눈꺼풀 위로 잔상처럼 남았다.
- 화롄 시내에서 포장해온 매콤한 홍유초수와 시원한 맥주 한 캔
- 달콤하고 부드러운 차이지 두부 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