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화롄은 거대한 습기 속에 잠겨 있었다. 공기는 눅눅한 솜이불처럼 피부에 무겁게 내려앉았고, 햇볕은 끈적한 시럽처럼 온몸에 달라붙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은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뒷좌석의 둘째는 온천수가 대체 어디서 솟아나느냐며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고, 나는 대답 대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짙푸른 초록의 파노라마를 응시했다. 정답을 말해주는 것보다, 이 압도적인 생명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대화라고 생각했다.
Hua Lian Hai Yue Jiu Dian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로비를 채운 서늘한 정적과 암석의 질감이었다. 현지에서 가져온 돌로 지었다는 벽면은 바깥의 열기를 단숨에 식혀줄 만큼 차갑고 단단했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었지만, 돌과 나무가 주는 무심한 정직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고요해지혔다. 체크인을 마치고 제공받은 따뜻한 웰컴 티의 향긋함이 코끝을 스칠 때쯤 방으로 안내받았다. 방 안에는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원목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거친 결은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때가 묻은 듯 투박했고, 그 위로 6월의 짙은 햇살이 길게 누워 나른한 오후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발코니 문을 열자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지워버린 채, 거대한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온통 파란색이었다. 그 끝없는 푸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들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조금씩 옅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파란색이 그곳에 있었고, 나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저녁에는 호텔의 옥상 바에 올라가 바다 내음을 맡으며 가족들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텔에서 5분만 걸으면 시내의 활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걷다 지쳐 칭얼거리기 전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 생각보다 큰 축복이다. 근처 식당에서 맛본 향편의 국물은 진하고 깊었으며, 얇은 만두피 속에 갇혀 있던 뜨거운 육즙이 입안에서 팡 터졌다. 6월의 눅눅한 열기 속에서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는 모순적인 경험. 하지만 그 짭조름하면서도 깔끔한 끝맛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후식으로 먹은 노란 망고는 혀끝에 닿자마자 차갑게 녹아내렸다. 아이들의 입가에 노란 시럽이 엉망으로 묻어 있었지만, 나는 닦아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이 여행의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발코니의 짠내 나는 바람: 6월의 태평양을 머금은 눅눅한 소금기와 끈적한 습도의 섞임. 첫째가 먼저 코를 킁킁거리며 바다 냄새가 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나무 가구의 거친 결: 정교하게 깎이지 않아 더 정직하게 느껴지는 원목의 촉감. 둘째가 손가락으로 표면의 옹이를 따라 그리며 보물지도 같다고 속삭였다.
노란 망고의 단맛: 혀끝을 자극하는 강렬한 당도와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온도. 막내가 입가에 시럽을 잔뜩 묻힌 채 정말 달다고 소리쳤다.
친수공원의 미지근한 공기: 발바닥에 닿는 지열과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의 묘한 조화. 아내가 먼저 저 멀리 수평선을 가리키며 천천히 걷자고 내 손을 잡았다.
밤하늘의 낮은 음악 소리: 소음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잔잔한 선율과 쏟아질 듯한 별빛. 둘째가 내 옷자락을 꼭 잡으며 별이 떨어질 것 같다고 조그맣게 말했다.
바다 내음이 밴 젖은 신발을 벗어놓고 눕자,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 Hua Lian Hai Yue Jiu Dian의 발코니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푸른 수평선이 변하는 일출을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 호텔 근처 태평양 친수공원을 산책한 뒤, 시내의 채기두화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두유 푸딩을 맛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