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안 나오는 걸 찾으러"
"정말 여기 맞아?" 그가 낡은 건물 2층을 올려다보며 의구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회색빛 벽면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바스락거리고 있었다. "응, 맞아. 마음의 지도를 찾는 곳이라네." 내 대답에 그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요즘 지도는 스마트폰에 다 있는데, 굳이 이런 곳까지 와야 해?" "그러니까 오는 거지. 화면 속 좌표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아주 사소하고 다정한 것들을 발견하려고." 우리는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발을 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가 오래된 첼로의 낮은 현 울림처럼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코끝을 스치는 눅눅한 나무 향과 서늘한 공기가 묘하게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비어있음이 채워준 우리라는 공간
1월의 창화는 건조했지만, 그만큼 하늘은 씻어낸 듯 투명했다. 소울맵 호스텔의 방은 생각보다 더 단순했다. 화려한 어메니티나 넓은 공간 같은 건 없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전용 욕실과 밝은 조명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좁은 방 안에서 우리가 나누는 숨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고, 그 밀도가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침대에 누우면 적당히 눅눅하면서도 포근한 면 냄새가 났는데, 그것은 거창한 안락함보다는 딱 필요한 만큼의 온기였다. 우리는 그 작은 방에서 서로의 어깨가 닿을 때마다 낯선 설렘과 익숙한 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거리로 나섰을 때,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산 파파야 우유의 차가운 컵을 쥔 손끝에서부터 서늘함이 시작되었다. 한 모금 들이켜자 달콤한 파파야의 풍미가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 속으로 따뜻하게 퍼졌다. 신선한 과육의 달콤함 끝에 아주 살짝 쌉쌀한 맛이 남았는데, 그 맛이 묘하게 기억에 남았다. 너무 달기만 한 것보다, 그런 작은 균열이 있는 맛이 더 정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바구아산으로 향했을 때, 월영등축제의 화려한 색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17도의 서늘한 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맞잡은 손바닥의 온도는 뜨거웠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온기가 팔꿈치를 지나 심장까지 천천히 스며드는 감각은, 마치 겨울 내내 얼어있던 마음의 어느 구석이 봄볕에 천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걸으며 가끔 서로의 옷소매를 잡았을 뿐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공용 주방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편의점에서 산 작은 간식거리를 나눠 먹으며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내일은 또 무엇을 먹을지, 어느 골목을 걸을지 고민하는 그 무용한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60%의 힘만 쓰며 천천히 걷는 여행.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보폭에, 그리고 이 낯선 도시의 리듬에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창화의 밤이 짙은 남색 물감처럼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 바구아산의 등불을 감상한 뒤, 근처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눠 마셔봐.
- 파파야 우유를 꼭 한 잔씩 사서, 천천히 골목을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